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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 & 프로/아랍어 동시통역사 공지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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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 & 프로/아랍어 동시통역사 공지현씨

입력
2003.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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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잡하고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무엇보다 아랍권 친구들의 안부가 무척 걱정되네요."1988년부터 아랍어 동시통역사로 활동해온 공지현(39)씨는 20일 이라크전 발발 소식을 전해 듣고 안타까워했다. 한국외국어대학 BK21 통·번역사업단에서 아랍어 통역을 맡고 있는 그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과 한국의 참전을 크게 우려하던 참이었다. 그는 단호하게 "미국의 이라크전은 중동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명분없는 전쟁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KBS 국제방송국 작가 겸 아나운서로 전세계 아랍권에 한국의 사회와 문화를 소개하는 일도 맡고 있는 그는 "아랍 친구들에게 한국의 참전 소식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곤혹스럽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전세계 20여개의 아랍국가에 방송되는 '안녕, 서울'을 통해 한국인들의 반전 목소리와 이라크전의 부당성을 소신껏 알릴 생각이다.

공씨는 한국을 아랍권에 알리는 일뿐만 아니라 중동의 문화와 가치관을 한국에 알리는 민간외교관 역할에도 열심이다. "통역사는 언어뿐 아니라 문화의 중개자이기도 합니다. 아랍인들의 시각과 입장을 한국에 전달하는 데도 최선을 다해야죠." 매일 중동관련 뉴스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그는 인터넷과 방송을 통해 수집한 중동소식을 하루도 빠짐없이 한국중동협회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다. "아랍인들의 정많고 소탈한 심성은 한국인과 무척 닮았습니다. 한국의 대아랍권 교역과 문화교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와중에 전쟁이 터져 안타까움이 더욱 큽니다"

통역전문가로서 그의 유창한 아랍어 실력과 꼼꼼함은 쉴새 없이 바쁜 스케줄로 이어진다. 아랍관련 국내 행사와 강의로 빽빽하게 채워진 일정 탓에 연일 강행군이다. 초보통역사 시절에 민감한 사안을 통역하던 중 인터뷰 대상자가 울어버리는 바람에 곤혹스러웠다는 그는 "최대한 중립적인 위치에서 양자의 입장차를 줄이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은 물론 통역주제에 대한 전문지식을 쌓기 위해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전문지식을 2∼3시간 통역하기 위해선 며칠간의 사전준비를 거쳐야 합니다." 아랍문화에 대한 이해를 키우기 위해 최근 이집트를 수차례 방문하는 등 아랍문화연구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통역전문가로 외길을 걸을 수 있었던 건 아랍어와 아랍인들에 대한 사랑때문이었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흥미에 끌려 국내에선 관련 교재조차 없던 83년 한국외대 아랍어과에 입학한 이후 아랍어와 인연을 맺은 지도 벌써 20년째다. 그동안 통역을 맡은 굵직굵직한 행사만도 수십여개. 지난해 10월 '인터폴 국제컴퓨터 범죄학회'에서 아랍어 통역을 맡았고, 2002월드컵 자원봉사자 교육을 담당하기도 했다.

이들 행사를 통해 그가 축적한 경험은 아랍국가들과 한국을 잇는 가교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국내에 6∼7명밖에 안되는 아랍어통역 전문가로서 명성을 얻은 그는 앞으로 아랍어 통·번역을 위한 이론적인 연구와 후진양성을 위해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중동전쟁으로 고통받을 전세계 아랍 친구들에게 한국인들의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전해주기 위해 열심히 뛰겠습니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사진 류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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