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시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유엔의 승인 없는 전쟁을 결행함으로써 미국의 미래와 자신의 재선을 향한 정치적 승부수를 띄웠다. 미군의 전폭기가 바그다드 상공에 폭탄을 퍼붓는 순간 부시 대통령은 자신도 예측할 수 없는 기회와 시련의 시간으로 빠져들었다.
미국이 단기간에 이라크 전쟁을 승리로 이끌 경우 부시 대통령은 '전시 대통령'의 위상을 또 한번 높일 것으로 보인다. 독재자를 응징한 정의의 수호자로서, 미국의 힘을 과시한 결단의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미국인들에게 심어주는 것은 부시가 이번 전쟁에서 챙기고자 하는 전리품이다.
이 점에서 이라크전의 성공은 대외 전쟁이나 위기의 순간에 뭉치는 미국민들의 애국적 정서를 자극하면서 단기적으로는 부시의 국내적 인기 몰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전쟁의 승리가 부시에게 탄탄대로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유엔의 이라크 2차 결의안 철회과정에서 나타난 국제사회와의 반목과 국론의 분열은 전후 그의 지도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벌써부터 이번 전쟁으로 미국은 이라크를 취하는 대신 세계로부터 더욱 고립을 자초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유엔 연설 후 4달 반 동안의 외교적 노력이 실패함으로써 전쟁 결과와 관계없이 부시 대통령의 외교력이 비판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전쟁 승리의 효과가 2004년 대선 때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데에는 회의적 시각이 높다. 미국의 언론들은 부시 대통령이 경제와 사회보장 등 국내 문제에 전념하겠다는 생각에서 전쟁을 앞당겼지만 국내 문제에서의 성공은 이라크 전쟁의 승리보다 훨씬 힘든 과정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경기를 부양하지 못하면 아버지 조지 부시처럼 전쟁에서 이기고도 재선에 실패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게 전쟁 버튼을 누른 부시 대통령의 딜레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 후세인
이라크 전쟁이 현실화하면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목숨은 말 그대로 바람(미국) 앞의 등불이 됐다. 미국이 전쟁 명분을 이라크 무장 해제와 더불어 후세인 축출로 못박은 이상 후세인이 전후에도 권력을 유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실제로 전쟁 시작 전 언론을 통해 공개된 미 정부의 이라크 전후 복구 시나리오에는 후세인은 물론 두 아들 우다이·쿠사이와 측근들의 존재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후세인 처벌에 대한 미국의 선택은 사살이냐, 생포 후 정치적 처벌이냐 두가지로 요약된다.
전문가들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보다 손쉽고 간단한 방법으로 사살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1991년 걸프전을 이끈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후세인을 살려둔 것이 임기 중 최대의 실수"라고 털어놓은 바 있다.
반전세력이 걱정하는 것은 무고한 이라크인들의 생명이지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수많은 인권 유린을 자행한 독재자 후세인의 목숨이 아니라는 점에서 사살에 대한 미국의 부담도 적은 편이다.
하지만 국내외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전쟁을 감행한 미국은 '이라크인의 해방자이자 세계 평화의 수호자'라는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외교적 처벌 절차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전범재판소에는 사형제도가 없기 때문에 후세인은 목숨을 유지하게 되지만 종신형을 선고받고 평생 감옥에서 여생을 보낼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배경에서 이번 전쟁의 초미의 관심사는 후세인의 신병 확보 여부로 모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변장술 등으로 미국의 추적을 따돌려 온 후세인은 이라크 내 한 지하 벙커에 은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이 전쟁 초반 대대적 공습으로 이라크 방공망과 주요 시설을 파괴한 후 후세인 색출에 군사력을 총동원할 것이라는 점에서 후세인은 초단기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 없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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