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시작됨에 따라 정부 관련부처와 금융권이 비상 대응체제에 들어갔다.정부는 20일 오후 3시30분 재정경제부 대회의실에서 김진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주재로 11개 부처 장·차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라크전 발생에 따른 국내외 시장동향과 필요한 대응조치를 긴급 점검했다. 정부는 국내외 금융시장과 석유시장, 해외건설 및 항공대책, 수출 및 원자재 등의 동향을 파악, 필요한 경우 즉시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에너지절약시책
정부는 이라크전 발생 후 국제유가가 크게 떨어지고 있어 당초 예정했던 에너지절약시책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기로 했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전쟁이 장기화해 유가가 다시 급등할 경우 승용차 강제 10부제와 에너지 사용시간 제한 등을 즉각 시행할 예정"이라며 "하지만 현재 유가가 떨어지고 있어 당장 새로 시행할 대책은 없다"고 밝혔다. 에너지절약시책은 보통 1주일간의 공고를 거친 뒤 이뤄지지만, 유가가 단기 폭등하는 긴급상황에서는 공고 즉시 시행될 수도 있다.
금융시장 안정대책
정부는 이날 오후 은행연합회, 증권업협회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기관회의를 열고 금융시설 테러방지 대책을 논의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으로 이슬람 과격세력의 테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금융기관이 보유한 자체 경비인력을 이용, 전산망 등 주요시설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시장 교란 및 불안심리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비상대책반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금감위는 전쟁 개시로 현금수요가 급증하고 수익증권 대량 환매 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금융회사의 안정적인 유동성 확보와 수출 대금의 원활한 결제를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사이버테러 등에 대비한 대책도 마련키로 했다.
한국은행 역시 이라크전쟁으로 금융시장의 불안과 유동성 경색이 발생할 경우 환매조건부채권(RP)과 국채 매입, 통화안정증권 중도환매 등을 통해 시중에 충분한 자금을 공급키로 했다.
한은은 이와 함께 금융시장 불안과 경기둔화로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할 경우 금융기관의 중소기업 지원을 적극 유도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 1차적으로 총액대출한도 가운데 현재 배정이 유보되고 있는 3,850억원을 전액 배정하기로 했다. 중동지역 수출기업에 대해서는 무역금융 융자기간을 연장하고 총액한도대출 배정 때 우대하기로 했다.
항공·해운 안전대책
건설교통부는 여객기에 탑재되는 우편물을 포함한 모든 항공화물에 대해 100% 보안검색을 실시하고 탑승객 휴대 수하물도 30% 이상 개봉검색을 실시하도록 각 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등에 긴급 지시했다. 또 전 탑승객에 대해 정밀 신원확인을 실시하고 특히 중동지역 환승 승객에 대해선 보안검색을 강화할 방침이다.
공항 및 터미널의 보안활동도 강화해 여객터미널 전지역에 폭발물 안전순찰을 실시하는 한편, 차량운전자를 포함한 승객 등 공항이용자 전원은 의무적으로 검색대를 통과하도록 했다. 또 항공기에 탑승하는 보안승무원은 무기를 휴대하도록 하고 항공기 운항 중 조종실 출입문을 잠금 상태로 유지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도록 했다.
해양수산부는 한국선주협회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등으로 구성된 비상대책반을 24시간 비상근무체제로 전환하고 중동지역 운항선박의 동향을 6시간 단위로 점검키로 했다. 해양부는 또 국적 선사들이 유가와 전쟁보험료 상승으로 자금압박을 받을 것에 대비, 선사들이 거래하고 있는 주채권 은행을 통해 유동성 상황을 점검, 지원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아울러 중동항로를 운항 중인 선박에 승선한 선원들이 승선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각 선사들이 예비선원을 확보토록 하고 외국선원 승선제한을 완화해줄 방침이다.
/경제부 정책·금융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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