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여, 우리 아들들을 살려주소서!"20일 오전 11시40분 서울 한남동 이슬람 서울중앙성원. 이라크 바그다드에 부모님, 아내, 아들 2명을 두고 2년 전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입국한 마지드 알 바드레이(32)씨는 미국의 이라크 공습 소식에 눈물을 쏟으며 연신 기도를 거듭했다. 공격 개시직전 바그다드에 있는 가족에게 극적으로 전화를 연결해 떨리는 목소리로 "빨리 바그다드에서 도망치라"고 호소했던 마지드씨는 거의 모든 것을 체념한 표정이었다.
하루에도 수 십번씩 알라에게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던 마지드씨는 "공습개시 직후부터 바그다드로는 전화가 안된다"며 "태어난 지 3년이 채 안된 아들이 죽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말을 잇지 못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시작되면서 이슬람성원은 불안과 공포, 그리고 미국에 대한 증오로 휩싸였다.
낮 12시30분 이슬람 예배시간을 알리는 방송인 '아잔'이 울리자 정오예배를 하기 위해 모인 이슬람교도 15명은 낮 12시40분에 시작하는 정오예배에 참석해 알라에게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기원하며 슬픔을 나눴다. 중동 출신은 아니지만 명동에서 양탄자를 팔고 있다는 파키스탄인 라피 울라 칸(45)씨는 "전쟁으로 희생될 이라크인의 명복을 위해 알라에게 간절히 기도했다"며 "부시가 이라크를 공격하는 것은 우리 이슬람교도를 공격하는 것과 똑같다"고 분노했다. 그는 "부시는 후세인 압제로부터 이라크인을 해방시키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은 석유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라며 "왜 이라크인들을 처참하게 죽이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쟁속보를 듣기 위해 이슬람성원 정문에 있는 식당에서 TV를 지켜보느라 정오예배에 참석하지 못했다는 이라크인 마지드 만타시(27)씨는 "1시간 전 통화에서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 절대 이라크에 돌아오지 말라는 어머님의 말이 귓가에 생생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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