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시론]美 신군사전략과 한반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시론]美 신군사전략과 한반도

입력
2003.03.21 00:00
0 0

미국은 이라크가 유엔 결의안을 준수해 무장을 해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찰을 방해하고 대량살상무기를 은밀하게 개발해 왔다는 점을 지적하여 응징에 나섰다. 그러나 상당수 국가들은 미국의 군사 행동을 일방주의라고 지적하고 국제사회의 일반적 규범과 국제법을 위반한 처사로 비난하고 있다.미국의 군사 행동이 부당하다고 보는 견해는 첫째, 미국의 행위가 국제사회가 수긍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를 갖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든다. 사담 후세인과 알 카에다 일당의 연계가 명백하게 입증되지 않았고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 또한 밝혀내지 못함으로써 미국이 주장하는 전쟁은 명분이 없다는 시각이다.

둘째, 평화적인 사태 해결을 추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권고를 거부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유엔 결의안 위반에 대한 제재 차원에서 그리고 미래의 위협을 방지하는 자위권 차원에서 행동에 나섰다는 미국의 전쟁 명분과 이를 비난하는 쪽의 평가는 서로 평행선을 달린다.

새롭게 부각되는 미국의 신 군사 전략 개념은 새로운 전략 환경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발전된 것이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의 군사 전략은 봉쇄와 억제의 개념에서 억제와 격퇴라는 공격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세력에 대해 정당방위 차원에서 예방적 공격, 혹은 선제 공격도 불사한다는 의미이다.

후세인이 화학무기를 사용할 경우 전술핵 사용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의 입장은 '핵전쟁 절대 반대, 핵무기 선제 사용 반대'라는 기존 입장에서 분명 변한 것이다.

새로운 전략의 기저에는 반테러전, 대량살상무기 확산 차단, 불량국가나 무법정권 응징이란 의지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이라크전은 예방적 차원의 선제 공격을 특성으로 한 전쟁으로 규정할 수 있다.

한국 역시 비 전투요원의 파병을 결정했으므로 이번 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향후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한반도 안보에도 적지 않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부당한 전쟁'에 젊은이를 내몰고 있다고 공격하며 남한 내 갈등을 유도하고, 반미 정서를 부추겨 한미 이간 정책을 쓸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미국이 이라크전에서 단기에 승리할 경우 승리의 여세를 몰아 북한을 압박할 가능성을 읽은 북한이 미국의 요구 조건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점칠 수 있다.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키는 악수를 둘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인다.

전쟁이 길어질 경우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입지가 약해질 미국을 상대로 위험한 게임을 전개할 가능성이 있다. 긴장 국면을 조성해 대미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노림수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라크전이 미국의 계획대로 단기에 끝날 가능성이 높아 이런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나고 세계 질서가 미국 중심으로 재편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현실로 인식한다면 우리는 이라크전 파병 문제를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전후 질서 재편 과정에서 얻을 실리를 제쳐두더라도 한국의 안보가 '50년 혈맹'인 미국과 동맹을 통해 반세기 동안 유지됐다는 사실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우리가 어려운 안보 환경에 있을 때 손을 내밀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상대가 누구인가를 냉철하게 보아야 한다. '50년 혈맹'의 소중함을 결코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파병은 향후 북핵 문제 처리 과정에서 우리의 주도적인 입장을 강화해줄 자산이 될 수 있다.

고 성 윤 국방연구원 군사전략실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