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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광장/실업자 시절 고생한 경험 삶의 큰 자양분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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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광장/실업자 시절 고생한 경험 삶의 큰 자양분돼

입력
2003.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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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실업자만 4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경제적, 심리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살다 보면 어려움이 따른다', '역경을 이겨내야 한다', '희망을 잃지 말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등 원론적인 말을 해 봐야 잔소리로 들리기 십상이다. 내가 겪었던 일을 들려주면 도움이 될까 해서 이 글을 쓴다.5년 전 난 IMF 외환위기로 개인사업에 실패해 파산했다. 어렵게 취직했으나 6개월 만에 정리해고를 당했다. 경제적 어려움도 어려움이지만 더 견디기 힘든 것은 무기력이었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술만 마셨다.

그렇게 무기력한 시간을 보내다 아는 분 소개로 대둔산 태고사라는 절에 가게 되었다. 절에선 90세가 넘은 노스님이 50년 째 절을 짓는 일을 하고 계셨다. 그 곳에서 난 처음으로 육체노동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온 몸이 부서지는 것 같고 아침에 일어나면 손이 부어서 주먹도 쥐기 힘들었다. 하지만 참고 매일 노동을 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자신감이 생기면서 세상살이에 대한 욕심이나 원망도 많이 줄었다. 몸도 건강해졌다.

지금은 취직해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해고를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다. 막노동도 할 수 있다는 배짱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직장 생활을 소홀히 하지는 않는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 나보다 고생한 사람이 훨씬 많겠지만 힘든 때를 스스로 이겨내면 그만큼 길이 생긴다.

/이정현·대전 중구 문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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