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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실적공시 "뒤집기" 주의보

입력
2003.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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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실적 공시, 두 번 살펴보세요."SK글로벌 분식회계 파문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자체 집계한 실적을 발표했다가 외부 회계 법인 감사 후 큰 차이가 발생해 정정 공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정공시를 거치면서 흑자에서 적자로 둔갑하거나 적자폭이 크게 늘어나는 기업들이 있으므로 투자자들이 공시 내용을 확인할 때에는 외부 회계 법인의 감사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뒤집힌 실적들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손익구조 변경 공시를 통해 실적을 수정 발표한 기업은 18일 현재 거래소 65개, 코스닥 78개사에 이른다. 정정 공시 건수의 상당수는 흑자폭 축소 및 적자폭 확대, 흑자에서 적자 전환 등으로 실적이 당초 발표치보다 악화한 경우들이다.

거래소 상장종목 가운데 대호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551억원이라고 공시했으나, 회계법인 감사 후 424억원으로 정정 공시했다. 대창단조는 1차 공시 때에는 9억원 흑자였으나 회계 감사 후 지분법 평가손이 새로 반영되며 9억원 적자로 바뀌었다. 동원도 4억원 흑자를 발표했다가 정정공시를 통해 36억원 적자로 고쳤다.

삼익악기는 적자가 45% 줄었다고 1차 공시했다가 나중에 26% 증가로 변경했으며 태성기공도 당기순손실을 4,000만원으로 발표했으나 정정공시를 통해 90억원으로 손실폭이 늘어났다.

코스닥기업도 마찬가지. 금호미터텍은 4억원대 흑자를 밝혔으나 회계 법인 감사 후에는 1억원으로 흑자폭이 줄었고 그로웰텔레콤은 손실증가율이 80%에서 회계 법인 감사 후 116%로 증가했다. 알덱스도 당기순이익을 13억원으로 공시했다가 정정공시에서 9억원으로 줄였으며 하우리는 20억원 순이익 예상에서 7억원 순손실로 뒤집었다.

실적이 달라지는 이유 가장 큰 원인은 이중공시제도 때문이다.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은 상장 및 등록기업들이 실적 등의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당 이득을 취하지 못하도록 주주총회 1주일 전까지 자체 집계한 가결산 실적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해 놓았다. 이후 외부 회계 법인의 감사에서 실적 수치가 가결산 결과와 다를 경우 손익구조변경 공시를 통해 정정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실적 공시가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지는 셈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가결산 실적 공시 내용만큼은 해당 기업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 따라서 기업이 가결산 실적 공시 때 실제와 크게 다른 내용을 발표하더라도 사후에 제재를 받지 않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가결산 실적 공시를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다.

또 기업들의 미숙한 회계처리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전문회계사를 고용한 기업이 많지 않다보니 제대로 된 실적 결산이 나오지 않고 있다. 비전문가가 회계업무를 볼 경우 지분법 평가손 등 영업외 이익항목에서 잘못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기업들이 가결산 실적 공시를 악용할 가능성도 있으나 아직까지 크게 문제된 적은 없다"며 "내부 정보 악용 사례를 막기 위해서는 부정확하더라도 빨리 알리기 위한 가결산 공시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코스닥증권시장 관계자도 "코스닥기업은 아직까지 가결산 실적을 고의로 악용하기 보다는 회계처리 미숙으로 회계 감사후 실적과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며 "가결산 실적과 회계 감사 후 실적이 크게 달라도 제도상 문제삼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코스닥증권시장 관계자는 "일반 투자자들의 경우 내용 변경이 가능한 가결산 실적만 보고 투자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외부 회계 법인의 감사를 거친 최종 실적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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