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오케스트라에 신참 타악기 주자가 있었다. 어떤 연주회에서 타악기 주자가 연주하는 장면은 삼십여 분의 전곡 가운데 단 한 장면, 곧 심벌즈를 한 번 치는 것뿐이었다. 연주가 시작되고 5분쯤 흘렀을까. 지휘자가 타악기 주자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런데 그 눈짓이 타악기 주자에게는 "너 졸았지?" 하는 의미로 보이는 것이었다. 타악기 주자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지휘자는 의구심이 더 커진 표정으로 다시 눈짓을 보냈는데 그게 "내 눈은 절대 못 속여" 하는 의미로 보이는 것이었다. 다시 타악기 주자는 완강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사람 무시하는 거냐. 난 절대 졸지 않았다" 하는 의미였다. 그러나 지휘자에게 제대로 전달이 되었는지 확실치 않았다. 앙앙불락하고 있는 타악기 주자에게 다시 한 번 지휘자가 눈짓을 보냈다. 타악기 주자는 "왜 생사람을 잡고 그러느냐. 오케스트라는 말 그대로 조화로 이루어지는데 지휘자가 말이지…" 하고 눈과 고갯짓으로 표현을 하다가 자신이 연주할 바로 그 순간이 지나간 걸 깨달았다.― 기억나지 않는 어느 음악애호가의 회고를 재구성.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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