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공격을 위한 미국의 행보가 빨라지면서 국제사회가 전쟁의 명분과 자국의 실리 사이에서 심한 분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반전 시위도 갈수록 격렬해져 이번 주말 전세계에서 최대 규모 시위가 벌어질 전망이다.반전(反戰) 진영을 이끌어 온 프랑스 러시아 독일 등은 미국의 개전이 공식화한 이후에도 무력 사용 반대 목소리를 더욱 높이며 막판까지 외교 노력을 다할 것임을 거듭 천명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최후 통첩을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했으며,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대 국민 성명에서 "독재자가 제기하는 위협이 수천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갈 전쟁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전화 회담에서 "중국은 전쟁 대신 평화적 해결을 바란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도 대 국민 연설을 통해 "(미국의 최후 통첩은) 일정과 절차면에서 동의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1991년 걸프전 때 미국을 지지했던 사우디 아라비아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미국 주도의 이라크 공격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호주 일본 등은 미국 지지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존 하워드 호주 총리는 "2,000명의 병력을 이라크 공격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연료 보급용 함정 1척과 호위함 2척 외에 P3C 초계기 파견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을 지지해 온 스페인은 "어떠한 공격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라크 파병 가능성을 배제했다.
테러에 대한 각국의 경계도 한층 강화됐다. 프랑스와 독일은 자국 내 미국 영국 이스라엘 대사관 등 주요 시설에 대한 보안조치를 강화했으며, 일본은 이슬람 과격파의 테러에 대비해 주일 미군기지 원전 공항 등에 대한 24시간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반전시위도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 파두아시에서는 반전 운동가 30여명이 미국 '에소석유' 사무실을 1시간 가량 점거했고, 덴마크에서는 시위대가 이라크 공격을 지지하는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 총리에게 붉은 페인트를 끼얹는 소동이 벌어졌다. 900만 명의 조합원을 거느리고 있는 이탈리아 3대 노조는 전쟁이 터질 경우 전면 파업을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국 반전운동가들도 22일 런던에서 대규모 가두 시위를 벌이기로 하고 개전 첫날 영국 전역에서 동맹파업을 촉구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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