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에 서울대 국문학과에서 공부했던 70대 원로 국어학자들이 50여년 만에 다시 모여 학회를 만들고 동인지도 낸다.학계 최초로 70대 동인지를 시도하는 이들은 이기문(73)·김완진(72)· 안병희(70) 서울대 명예교수, 강신항(73) 성균관대 명예교수, 정연찬(74)·이승욱(72) 서강대 명예교수 등. 49∼52학번으로 전쟁 중 서울과 부산에서 동문수학했다.
한결같이 대학에서 후학들을 기르다 8∼9년 전부터 은퇴하기 시작한 이들은 이미 학창시절의 인연을 끈으로 1957년 국어학 학술지 '국어연구'를 창간했다. '국어연구'는 초창기 국어학 동인지에서 서울대 국문학과 석사논문 게재지로 성격이 좀 바뀌긴 했지만 현재까지 160호나 발간했다.
이들이 다시 모이기 시작한 것은 3∼4년 전. 강 교수는 "은퇴했지만 학문 연구에 대한 정열을 식히고 싶지 않아 동인지를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동인지 발간에 필요한 학회 이름이 필요해 아예 '한국어연구회'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국학 전문출판사인 태학사에서 펴낼 동인지는 회원 각자가 한 편씩 기고한 글을 실어 1년에 1∼2번 부정기적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창간호는 학술성 짙은 논문 위주로 만들었으나 다음 호부터는 회고록이나 수상록도 담을 예정이다. 강 교수는 "80년대에 한 독일 교수를 만났는데 정년 퇴임 이후 더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무척 감명 받은 바 있다"면서 "학문에는 정년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