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1급 공무원들이 대거 물러나게 될 것으로 알려지자 각 부처에서는 "인사숨통이 트일 것"라는 기대도 나오지만 대체로 불만과 허탈감을 토로하는 분위기가 주류를 이뤘다. "1급은 할만큼 한 사람들"이라는 정찬용 청와대 인사보좌관의 발언이 전해지자 일각에서 격한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경제부처 1급들은 "시대의 흐름이 그렇다면…"이라며 마음을 비우는 분위기다. 재경부 1급은 모두 9명이지만, 보직은 본부와 외부(OECD 경제공사) 등 7자리에 불과하다. 따라서 전원 사표를 받아 선별 수리한다는 방침이 강행될 경우 절반 이상이 옷을 벗을 수밖에 없다. 한 1급 간부는 "각오는 하고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일부에선 "뚜렷한 기준 없이 무작정 사표를 낼 수는 없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다른 1급 간부는 "장관이 승진을 못시켜줘 미안하다며 조금만 참으라고 했는데, 전원 사표를 받는다니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국장과 과장급 등 중간 간부들도 일손을 놓은 채 동요하는 모습이다. 일부에선 인사적체 해소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우리의 미래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며 씁쓸해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미 1급 인사를 마무리한 산업자원부는 난감해 하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이미 인사가 끝난 1급들을 야박하게 내몰 수는 없다"며 "행시 14회 이상 1급 2명의 경우 산하기관에 자리가 나는 대로 곧 내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위원회의 경우 1급 2명이 이동걸 신임 부위원장보다 나이가 많고 학교 선배여서 사표제출 대상이 될 것으로 각오하는 분위기다.
물갈이의 진원지인 행자부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사표를 제출한 11명 가운데 7명의 사표가 수리될 것이라는 게 정설로 굳어졌다. 한 서기관은 "공직의 매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기왕 세대교체를 하려면 빨리 단행해 조직이 안정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1급이 4자리인 교육부의 경우 이기우 기획관리실장 만이 사퇴의사를 간접적으로 비쳤을 뿐, 나머지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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