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마우스'라는 캐릭터가 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미술 얘기다. 미술가 이동기(36)가 데즈카 오사무의 인기 만화 캐릭터 '아톰'과 월트 디즈니의 '미키마우스'를 섞어 만들어 낸 한국형 캐릭터다. 아톰 머리에 미키마우스 얼굴을 하고 있는 이 캐릭터를 사용한 작품을 이 씨는 수년 전부터 발표해 오고 있다.이화여대 박물관이 2003년 봄 특별전으로 마련한 '미술 속의 만화, 만화 속의 미술'전(8일∼6월30일)은 이처럼 만화가 미술에 스며들고 있는 최근의 경향을 보여준다. 만화 캐릭터를 차용하거나 만화의 양식과 기법, 상상력을 동원한 미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만화와 미술의 차이는 무엇인가. 미술은 '예술'이고 만화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인가. 4가지 주제로 구성된 66명의 작품 84점은 만화와 미술을 구별해 온 고정관념을 깬다.
첫 번째 주제 '우리 시대의 도상학'에서는 만화 캐릭터를 소재로 색과 면을 구성하는 미술 작품들을 보여준다. 정소연의 '동물채집'은 미키마우스, 도널드 덕, 미니마우스 등 디즈니 캐릭터를 채집의 대상으로 삼았다. 채집 장소는 압구정동의 한 백화점. 어린이들이 실제 동물이 아니라 TV나 애니메이션의 캐릭터에 더 많은 가치와 관심을 부여하는 대중문화를 풍자한다.
박미나의 '스크림(scream)'은 슐츠의 '찰리 브라운'에 나오는 피너츠를 단순화해 표현했다. 소리의 파장을 색 띠의 강약으로 나타냈다. 이불의 '몬스터 드로잉'은 일본 SF만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 완연하다. 기계적 그림에 아이 셰도, 구슬 등 여성적 재료를 사용했지만 만화적 표현이 뚜렷하다.
두 번째 주제 '말하는 형상'에서는 그림과 글을 결합한 만화적 표현이 드러난 작품을 모았다. 멀리 보면 수묵 산수화인 듯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발'이라는 글자가 무수히 모여 있는 것일 뿐인 유승호의 '발바리', 만화에서 대화를 표현하는 도구인 '말 풍선'만으로 화면을 가득 채워 의사소통의 고민을 표현하는 장형선의 '위험한 풍선?'등이다.
그 다음은 칸과 칸으로 이어지며 이야기 구조를 만드는 만화의 형식이 동원된 그림들이다. 주재환의 '몬드리앙 호텔'은 기하학적 면 분할로 유명한 몬드리안의 격자형 무늬를 만화의 칸으로 만들고, 그 안에 그림을 그렸다. 각각의 칸은 호텔 방이고, 그림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여러 이야기들이다.
이와 함께 김동화 박재동 등 유명 만화가들의 미학적 가치가 엿보이는 만화 원화도 여러 점 선보이고 있으며, 미술가들이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도 상영된다. 만화를 구입할 수 있는 만화방, 벼룩 시장 등의 부대 행사도 마련됐다. 문의 (02)3277-3152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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