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자고 나면 참여정부의 개혁, 이라크 전쟁, 한미관계와 북핵문제 등 뜨거운 이슈로 시끄럽다. 옛 것을 지키려는 힘과 새 것을 심으려는 힘이 나라안팎에서 충돌하면서 요란하게 파열음을 내고 있다. 그런데 아주 가까운 곳에서 또 하나의 큰 변화가 진행중인데 우리의 관심 밖인 듯하다. 그것은 중국지도부의 교체이다. 지난 5일부터 14일간 열린 전인대는 작년 11월 '공산당 16대' 회의에서 짜여진 중국의 4세대 집단 지도체제가 출범하는 시발점이었다. 장쩌민의 반(半)퇴장과 후진타오의 국가주석 취임은 정권교체와 세대교체를 안정적으로 이루는 중국식 비책(秘策)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국에 대한 우리의 주된 관심은 경제일 것이다. 외교관계 수립 후 한국과의 교역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이제 중국은 우리의 제일 교역국이 되었다. 이렇게 한중교역이 발전한 배경은 중국의 경제 성장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지난 10년간 중국의 경제정책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인물은 누가 뭐래도 주룽지 총리이다. 이번 전인대에서 주룽지로부터 총리직을 넘겨받은 원자바오는 중국정부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고속성장'을 꼽았다. 중국의 대내외 정책은 예전처럼 경제성장을 중심과제로 놓고 조율해갈 것이 예상된다.
■ 지난 1월 어떤 모임에서 중국정부 산하 경제체제 및 관리 연구소의 첸리 부소장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위협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한국이나 주변국에 많은 것 같다"는 말이 나오자 그는 "중국은 이제 겨우 1인당 국민소득이 900달러를 넘었고, 2015년의 목표가 3,000달러 정도이다. 중국은 대국인 것이 분명하지만 결코 강국은 아니며 2050년까지 한국처럼 잘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간벽촌에는 팬티를 입지 않고 생활하는 가난한 처녀들이 수없이 많을 정도로 중국의 많은 지역이 낙후해 있다"며 주변국의 오해가 심하다고 걱정했다.
■ 중국은 1인당 평균치로 자국의 자세를 낮추거나 국제의무를 경감하려 한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누구나 국민소득 900달러라는 수치로 중국을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를 깨닫고 있다. 따라서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은 첸리 부소장의 1인당 소득을 기준으로 한 중국의 국력평가에 수긍하는 것 같지 않았다. 권력의 변화는 요란한 소리가 나지만 경제의 변화는 요란한 소리가 없을 때 더욱 커진다는 것을 중국이 웅변해주고 있다. 조용한 중국의 국내외 정치가 어느날 한국을 놀라게 할 변화의 촉매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김수종 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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