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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인 맨하탄' / 청소부-정치인 "눈 맞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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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인 맨하탄' / 청소부-정치인 "눈 맞았네"

입력
2003.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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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사이먼의 흥겨운 포크 리듬과 휘파람 소리가 깔리면 카메라는 멀찌감치 로맨틱 코미디를 통해 친근한 풍경이 된 뉴욕 전경을 보여준다. 뭔가 이뤄질 것 같은 느낌.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될 듯한 느낌이 첫 장면부터 관객을 설레게 한다.'러브 인 맨하탄'은 전형적 로맨틱 코미디다. '프리티 우먼'처럼 신데렐라를 데려갈 백마 탄 왕자가 있고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처럼 총명한 아이는 선남선녀를 맺어주는 아름다운 가교가 된다. 여기에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의 스위트룸과 화려한 파티장 그리고 돌체 앤 가바나 드레스와 헨리 윈스톤 목걸이 치장으로 눈요기를 더하고, 폴 사이먼이 부르는 추억의 노래는 주인공의 사랑에 서정적 분위기까지 곁들인다.

'조이럭 클럽' '스모크'를 만든 웨인 왕 감독의 '러브 인 맨하탄'은 그만큼 뜰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춘 작품이다. 바꿔 말하면 상투적 공식에서 한 치도 벗어남이 없다. 상투적이지 않은 것은 캐스팅이다. '웨딩 플래너' 등에서 영화배우로도 선을 보인 톱 가수 제니퍼 로페스와 '잉글리쉬 페이션트' '쉰들러 리스트'에서 서늘한 눈빛 연기를 선보인 랄프 파인즈의 결합은 보통 사람의 상상력을 뛰어넘는다.

마리사 벤투라(제니퍼 로페스)는 일로 바쁜 남편과 멀리 떨어져 열살 아들 타이를 홀로 키우는 호텔 청소부다. 1970년대 정치와 음악에 흥미를 느끼는 총명한 타이가 엄마 일터에 놀러왔다가 엘리베이터에서 크리스토퍼 마샬(랄프 파인즈)를 만나면서 마리사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타이가 크리스 앞에서 닉슨 대통령에 대해 아는 체만 안 했던들, 마리사가 투숙객이 반품하라고 맡긴 돌체 앤 가바나 코트를 한 번 입어보지만 않았던들 마리사는 계속 호텔 청소나 하면서 노후를 걱정했을 텐데….

유부녀 호텔 청소부와 미혼 인기 정치인 사이의 거리를 웨인 왕 감독은 따뜻한 시선으로 메운다. 연기파 배우 랄프 파인즈가 짓는 느끼하면서도 부드러운 미소와 세련되지 않은 제니퍼 로페스의 연기를 조금만 인내하고 본다면 마리사와 크리스 사이의 줄다리기는 재미있는 쪽이다. 올해 그래미상을 휩쓴 노라 존스의 'Come Away With Me' 등을 비롯 상큼한 곡들도 귀를 즐겁게 한다. 아버지에 대해 아무런 미련을 보이지 않는 타이, 역시 남편에 대해 별다른 가책을 느끼지 않는 마리사의 모습은 영 마음에 걸리지만. 'Maid In Manhattan'. 21일 개봉. 12세 관람가.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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