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와 해양수산부의 1급 공무원들이 일괄사표를 제출한 데 이어, 다른 부처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후속인사가 이루어지는 모양이다. 새 정부가 새 장관의 정책방향과 업무방침에 맞게 인사진용을 갖추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긴 하다. 그러나 그 일이 집단사표를 요구하고, 이에 맞춰 일사불란한 강제성을 띠는 형태로 진행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또 자칫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지 우려된다.1급 공무원의 경우 반드시 신분보장을 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지 않다고 해도, 직업공무원의 인사가 이처럼 집단사표로 이루어진 사례는 드물다. 인사의 필요가 있다면 그럴수록 기준이나 원칙, 예측 가능성이 중요한 것이 직업공무원 인사다. 그래야 조직의 안정과 적재적소의 효율을 기할 수 있을 것이다. 꼭 이렇게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바람몰이식 인사방식이 동원돼야만 하는 것인지 선뜻 수긍이 안 된다.
정부 각 부처의 1급 공무원은 18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수 십년 간 축적된 이들의 전문성과 경륜은 바로 국가적 자산이기도 하다. 행자부 측은 "젊고 적극적인 인물을 기용하려 한다"고 설명한다지만, 이런 취지와 기준이라면 1급의 일괄사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인다. 얼마 전 검찰의 인사파동은 나름대로 이유를 갖는 파동이었다. 이에 비해 행자부의 경우 군수 출신의 젊은 장관이 조직 장악을 우선 목표로 삼은 충격요법의 일환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생긴다.
청와대 인사보좌관은 "공무원으로 나서 1급까지 한 것은 할 만큼 다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직업관료 사회가 이 말을 어떻게 들을지, 이런 식의 인사태풍을 어떻게 소화해 낼지 예사일 같지 않다. 일괄제출받은 사표는 선별처리할 모양인데, 이 기준이라도 선명하고 설득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