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모비스 최희암 감독은 원주TG에 2연패, 4강 진출의 꿈을 접은 18일 저녁 기자들과 만나 지난 1년간 초보감독으로서의 소회를 밝혔다.1점차 패배의 아쉬움을 떨치지 못한 듯 소주잔을 거푸 들이켜 취기가 오른 최감독은 "모두 내 책임이다. 프로 무대를 얕잡아 본 것이 사실이며 나 자신 준비가 부족했다"고 토로했다. 최감독은 "강팀과 약팀간에는 미세한 부분의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팀은 쉬운 플레이를 완벽하게 해내는 반면 약팀은 반드시 득점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범실이 나온다는 것. 최감독은 "종료 직전 TG 잭슨에게 리바운드를 빼앗길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프로 감독이라면 빅터나 에드워즈에게 적극적인 리바운드 가담을 주문했어야 했다"며 자신의 실수(?)를 자인했다. 이어 최감독은 "선수들은 모두 잘 해 줬다. 하프 타임때 고참인 이창수 오성식 정인교가 락커룸에서 후배들에게 조언해주는 등 분위기는 우승팀 못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감독이 던진 두 번째 화두는 프로농구의 현주소를 대변해주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고액의 연봉을 받는 프로 선수라면 자신에게 투자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누구 하나 자신의 용돈을 쪼개 농구관련 서적을 구입하거나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선수는 없었다고 질책했다.
최감독은 농구 열기가 없는 울산을 농구 도시로 만들겠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당장 다음시즌은 프로 2년차인만큼 성적을 내는 데 전념해야겠지만 어느 정도 궤도에 들어서면 어린이 농구교실을 열고 싶다고 했다. 이날 노란색 상의를 입고 나온 최감독은 "어린이들이 노란 유니폼을 입고 농구를 하는 병아리 농구교실을 개설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연세대 감독시절 농구대잔치에서 두 차례 정상에 오른 명장 최감독의 프로 무대 초보 운전은 서툴렀지만 자신의 책임을 인정할 줄 아는 진정한 명장이었다. 얼마전 끝난 여자프로농구에서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 모 감독이 "쓸만한 선수가 없었다"며 책임을 선수들에게 전가하는 모습과 오버랩돼 씁쓸했다.
/울산=여동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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