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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에서/파월 "전화외교" 도마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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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에서/파월 "전화외교" 도마위에

입력
2003.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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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유엔 안보리의 승인없이 이라크전쟁에 나서게 되면서 콜린 파월 미 국무부 장관의 '전화외교(Telephone Diplomacy)'가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파월 장관은 지난해 12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유엔 연설을 통해 이라크 결의안 추진 방침을 천명한 이래 이틀 이상 해외에서 보낸 경우를 찾기 어려울 만큼 워싱턴을 고수했다. 유엔 안보리 회의 참석도 아침에 워싱턴을 출발, 저녁에 돌아오는 당일치기 일정으로 짜여지기 일쑤였다.

대신 그는 전화를 택했다. 국무부측의 전언에 따르면 때로는 하루 100통의 전화를 외교 파트너들에게 돌릴 만큼 그는 전화외교에 매달렸다. 1월 이후 영국과 스페인의 외무장관과는 각각 30여차례나 통화했으며, 다른 이사국의 외무장관에 대한 전화공세도 멈추지 않았다. 17일 오전 2차 결의안 철회를 결정한 직전까지도 그는 6개 이사국 외무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마지막 의사를 타진했다.

이런 행보는 1991년 걸프전 직전 5차례의 해외순방에서 39번이나 각국의 장관을 만났던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나, 코소보 전쟁을 앞두고 유럽을 수시로 들락거렸던 매들린 올브라이트 직전 국무장관의 동선과는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비판은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파월 장관이 '방문외교(Travel Diplomacy)'을 소홀히 함으로써 안보리 이사국의 표심을 밀착해 사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는 것이다. 비판론자들은 전화외교는 상대국에 가까이 다가가기보다는 '우리에게 오라'식으로 접근한 오만한 외교의 전형이라고 꼬집는다.

하지만 파월 장관은 당당하다. 17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를 질문 받은 그는 "나는 방문이 적절하다고 믿을 때 방문한다"고 맞받아쳤다. 전화는 길에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도 상대국의 파트너와 협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이기(利器) 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국무부 관리들도 "그가 파리의 아파트에 머물렀더라도 프랑스가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바꾸지 않았을 것"이라고 옹호했다.

파월의 전화외교는 부시 정부 내 세력 관계를 반영하고 있다는 게 워싱턴 소식통들의 관측이다. 전화외교야말로 매파에 포위된 파월 장관이 외교적 해결의 필요성을 주장할 수 있는 시간을 붙잡을 수 있게 하는 효과적 대안이라는 것이다.

국무부의 한 소식통은 "많은 국무장관들이 워싱턴의 압력을 피해 해외 방문길에 나섰다면, 파월은 워싱턴에 남아 내부 압력을 견디기 위해 전화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일 워싱턴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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