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25살 때부터 변호사 생활을 했습니다."40세에 여성인 청와대 차관급 수석비서관은 이렇게 말했다. 여성인데다가 나이가 어린 탓에 쏠린 세간의 이목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는 "15년 동안 법조계 생활을 해왔고 40대는 활동력이 가장 왕성한 시기"라며 "대통령의 참모는 나이, 성별과 관계 없다"고 반론했다.
박주현(朴珠賢) 청와대 국민참여수석은 외양만 보면, 그냥 곱게 자라고 공부를 잘해 변호사가 된 '범생이' 같다. 그러나 경실련 상임집행위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 SBS '박주현의 시사토론' 진행, 신문 칼럼리스트 등의 경력을 보면 그냥 조금 사회의식이 깬 엘리트 같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 뜻밖의 얘기가 나왔다.
"10년 전쯤에 서울 봉천동 재개발 지역에 만2세 이상 아동을 위한 탁아소를 만들었어요." "아이들과 그 부모가 그곳을 이용하며 기뻐하는 것을 보며 느끼는 보람은 그 돈을 다른 데 써서 나 혼자 느끼는 만족과 비할 바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지금도 탁아소뿐 아니라 몇몇 사회복지시설에도 꾸준히 기부를 하고 있다. 때문에 이런 실천력을 갖춘 그가 '국민참여수석'이라는 자리에 있는 것은 그다지 어색하지 않아 보인다.
박 수석은 요즘 청와대에서도 '참여 활동'에 열심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하는 회의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자기 주장을 펼친다. 청와대의 '쓴소리꾼'으로 통하는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조차 "박 수석은 아무도 못 말려"라며 혀를 내두른다. 박 수석은 "나는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충성심은 가질지언정 대통령 개인에 대한 충성심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민의의 충실한 대변자로서 청와대 내에서도 원칙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과의 인연은 1988년 민변이 만들어질 때 두 사람이 모두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는 것 뿐이다. 대신 노 대통령은 신문과 TV를 통해 그의 활약상을 눈 여겨봐왔고,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에 새로 만들어진 국민참여수석에 그를 발탁했다.
청와대에서 일할 것을 제의받았을 때 그에게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대안을 제시하는 시민·사회 활동도 중요하지만 대안을 현실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는 "시민·사회 활동을 하면서 쉽게 풀 수 있는 문제인데도 부처·업무 이기주의 때문에 해결되지 않는 경우를 숱하게 보았어요"라며 "이제 청와대에 왔으니 시민단체에서 할 때보다 쉽지 않겠어요?"라고 말한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사진 이종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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