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9일 1급 공무원의 줄사표 사태에 대해 "지침을 내린 적이 없다"며 직접적 관련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사표를 낸 1급 공무원에 대해 "할 만큼 한 사람들 아니냐"는 반응을 보여 사실상 고위직 물갈이에 나설 것임을 내비쳤다. 정찬용(鄭燦龍) 청와대 인사보좌관은 이날 "행정자치부 등에 일괄 사퇴 지침을 내린 적이 없으며 장관이 알아서 하는 일"이라면서 "임용제청권자인 장관에게 인사 자율성을 줘야 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도 장관이 져야 한다"고 말했다.그러나 이어진 문답에서는 청와대의 속내가 드러났다. 정 보좌관은 "1급은 아다시피 신분이 보장된 자리가 아니다"면서 "공무원으로 나서서 1급까지 했으면 할만큼 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1급 공무원의 사표를 기정사실화한 발언이다.
정 보좌관은 "행자부가 향후 5년간 해야 하는 일은 조직과 일을 줄여 지방에 나눠주는 것"이라며 "굉장히 고통스럽지만 지금부터 축소를 궁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장관의 물갈이인사를 지원했다. 그는 다소 문제성 있는 발언까지 쏟아냈다. 그는 "본인이 복이나 운이 있어서, 로또도 그런 것이지만, 시대적 흐름과 맞아 떨어지면 정무직을 할 수도 있고 집에 가서 건강을 회복하며 배우자와 놀러다닐 수도 있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이 같은 청와대의 인식은 역대정권의 장관들이 관료조직을 장악하지 못해 개혁조치들을 뿌리내리는 데 실패했다는 반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1급 물갈이와 함께 부처마다 2∼3명의 정책특보를 파견, 장관을 지원키로 한 것도 공직사회를 확실하게 바꾸겠다는 같은 전략개념에서 나온 것이다.
청와대가 형식적으로 불개입원칙을 천명함에 따라 1급 공직자들에 대한 처리문제는 일단 각 부처 장관에게 넘어간 상태다. 하지만 행자부와 해양수산부가 고위직 인사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인사보좌관의 직격 발언까지 나옴에 따라 줄사표는 전 부처로 빠르게 확산될 공산이 높다. 결국 청와대의 원격 지원 속에 행자부가 총대를 메고 대폭적인 고위직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