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기자실 운용 개선방침을 내놓은 데 이어 문화관광부도 '홍보업무 운용방안'을 제시하자 언론사들의 비판이 만만치 않다. 본질적으로 새로운 기자실 운용 방침에 대한 정면 반발로 여겨진다.기자실은 그 공간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운용하는 방법이 잘못된 것이었다. 정부 부처에는 출입 기자단이 구성되어 있고 소속 기자들만 출입이 허용되었다. 출입기자단 중심의 엠바고 남발, 취재 담합, 촌지 및 향응 대접 등의 폐해가 많이 지적됐다. 지방으로 갈수록 그 부작용은 더욱 심한 실정이다.
이제 언론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지난 대선에서 놀라운 영향력을 발휘한 인터넷 언론을 포함하여 지금껏 찬밥 대접을 받았던 신생 언론사나 시사주간지, 군소 언론사가 기자실 출입에서 제외될 이유가 없다. 기자실을 최대한 개방하여 브리핑실로 바꾸고, 또 언론사 전용 부스를 폐지하여 누구나 공평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개인 사물함 등을 비치하되 그 비용은 사용한 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은 누가 보더라도 공정한 원칙이다. 오히려 기자실이 지금껏 이렇게 운용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독자에게는 의아하고 의혹투성이로 비쳐질 뿐이다. 이미 국회는 대다수 언론사에게 출입을 개방하고 있고 기자단도 사실 없다. 정부부처가 폐쇄적인 기자단 운영을 고집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또 기자라고 해서, 취재라는 명분으로 행정부처의 사무실을 마음대로 출입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을 '취재접근권'이라고 부르며 당연한 권리인 양 강변하는 것은 언론 자유의 남용일 뿐이다. 미국 연방대법원 판례는 그것을 특권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선진 외국에서도 기자가 행정부처 사무실을 출입하는 것은 선약을 받아 제한하고 있다.
지금 일부 언론이 기사와 제목에서 기자실 '폐쇄', 사무실 '출입금지', '신보도지침', '유신체제의 기자실 폐쇄', '언론사상 최대 암흑기' 등과 같은 극단적이고 선정적인 표현으로 여론몰이에 나서면서 이번 기자실 운용 개선 내용의 정확한 사실이 왜곡되고 있으며 독자의 인식에도 혼란을 가져다 주고 있다.
새로운 기자실 운영 방침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브리핑 제도가 언론의 취재 욕구를 제대로 충족해주지 못한다는 지적은 분명 옳으나 그렇다고 해서 브리핑 제도를 없애고 다시 기자단 방식으로 돌아가자는 식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정부도 홍보시스템의 강화를 통해서 브리핑의 내실을 기해야 하고, 정보공개제도의 개선을 통해서 행정정보를 더욱 투명하고 폭 넓게 개방해야 할 책임이 있다.
정부가 기대하는 효과와 기자가 취재활동에서 느끼는 현장감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정부는 기존 취재관행의 파괴와 새로운 홍보지침이 취재의 벽만 높이고 있지는 않는지,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은 아닌지를 끊임없이 자문해봐야 한다. 언론도 몇몇 고위 공무원을 상대해 특종을 뽑겠다는 안이한 취재 자세에서 벗어나 취재 채널과 소스를 다양하게 해 양질의 기사를 만들어낼 의무가 있다.
새로운 취재시스템의 도입 과정에서 정부와 언론은 상호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취재 풍토를 정착시키고 결국 언론보도의 질을 높여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서로가 뜻을 같이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목표이다.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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