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3각 연대'라고 부를 정도로 이라크전 반대를 주도해온 프랑스 독일 러시아는 실제 전쟁이 벌어진 뒤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고심하고 있다. 3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미국의 주전론에 제동을 걸면서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 또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반전 여론을 등에 업고 국민 67∼74%의 지지를 얻는 등 인기 절정에 이르렀다.하지만 3국 지도자들의 속내가 그리 편한 것만은 아니다. 3국은 전쟁 수행과 이라크 복구 과정에서도 완전히 손을 놓고 있어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또 반전론의 위력은 전쟁을 막았을 때는 극대화되지만 막상 전쟁 상황에서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3국 지도자들이 미국과의 끈을 완전히 버리지 않는 것은 바로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18일 "이라크는 전쟁을 정당화할 만큼 긴급한 위협이 되지 않고 있다"며 미국의 전쟁 강행을 비난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각, 장 다비 레비트 미국 주재 프랑스대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전쟁이 일어나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생화학무기를 사용한다면 시라크 대통령은 미국을 돕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경우에 따라 반전 입장을 철회하고 미국과 협력할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미국과 영국은 이라크전 이후 중동 분쟁 등 주요 국제 현안에서 프랑스를 배제시키려 할 개연성이 있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프랑스는 최소한 이라크 복구 과정에는 어느 정도 발을 담그려 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역시 반전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미국과의 부분적 군사 협력의 길을 열어 놓았다. 독일 정부는 지난 해 11월 미국과 약속한 대로 주독 미군의 영공 및 기지 사용권을 허용하고, 이라크 인접국인 터키에 조기 경보기(AWACS)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 회복에 주력해야 할 러시아도 미국과 긴장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8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반전 입장을 밝히면서도 양국의 긴밀한 협조를 강조한 것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푸틴 대통령은 5월 말 부시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해줄 것도 요청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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