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분식회계 문제가 또다시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물론 해당 기업이 정확하게 있는 그대로 회사의 재무상태와 손익을 나타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상장 회사의 회계감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느낀 점과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시장경제도 좋지만, 한국적인 풍토에서 기업에서 공인회계사를 선정하는 것이 합당한 것인지 우선 검토되어야 한다. 미국처럼 윤리규정을 잘 지키는 나라도 최근에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 마당에 회계감사를 받아야 하는 기업이 그 공인회계사를 선택하는 것은 개선되어야 한다.
물론 선정위원회 등이 있기는 하지만 최근 물의를 일으킨 어떤 기업처럼 사외이사가 그렇게 많아도 문제점을 지적하지 못한 것을 보면 제도가 마련돼도 인적 구성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문제가 개선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선에서 오래 전에 회계감사를 할 때 나름대로 고충이 많았다. 좋은 회사를 감사해야 결과가 좋은 것인데, 회계감사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문제가 좀 있어도 대충 넘어가기 마련이다. 이듬해에도 회계감사 업무를 수임하려면 기업과의 관계를 시장이나 소비자가 바라듯이 냉정하게 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구두를 닦는 입장에서도 좋은 구두가 빛이 잘 나는 것이지 나쁜 구두를 아무리 노력해서 닦아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회계감사 보수도 대폭 인상되어야 한다. 책임만 요구하고 시장경제 운운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낮은 보수를 경쟁적으로 할인하는 시스템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적정한 보수없이 회계감사를 제대로 하라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12월 결산법인이 한꺼번에 집중되어 있는 점도 큰 문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공인회계사가 자신의 책무에 대해 자성해 철저하게 감사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피감회사가 공인회계사를 선택하는 이른바 시장경제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회계감사를 소비자가 많은 준공공재의 성격으로 보아 자유경쟁 체제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공인회계사로서 이번 사태에 책임감을 느낀다. 그렇지만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공인회계 업무의 개선에 귀를 기울일 때가 됐다.
이 재 선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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