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게 48시간의 최후통첩을 보낸 직후인 18일 오전(현지시간). 바그다드 시내 팔레스타인, 만수르, 알 팔레즈 호텔 부근에는 요르단 접경지대를 통해 이라크를 빠져나가려는 반전 운동가들과 각국 취재진들로 북적거렸다.이들은 입국했던 때처럼 차량편으로 500㎞를 달려 서쪽의 요르단으로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이들을 국경까지 나르던 지프 운전사들은 통상의 운임보다 5,6배나 많은 500달러 이상을 요구해 외국인들을 애먹였다. 공무원 한달 봉급이 5달러라는 점을 생각하면 외국인들을 국경으로 나르는 일은 떼 돈 버는 사업이다.
한 미니 밴 운전사는 "10시간 이상을 꼬박 달려 외국인을 실어 나른 뒤 어쩌면 미군의 폭격을 맞을 수 있다"며 위험 수당을 강조했다. 이날 기자와 비슷한 시간대에 요르단 국경을 향해 떠난 반전운동가, 인간 방패, 취재진 만해도 50여명이 넘었다. 이날 이라크에 체류중이던 무기사찰단원 60여명은 항공편으로 긴급히 이라크를 빠져나갔으며, 원유 식량 프로그램 관계자 등 유엔 직원 300여명도 대부분 바그다드를 탈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그다드 시민들의 동요와 긴장감도 한층 고조되는 모습이었다. 시내 약국으로는 비상 약품을 구하려는 시민들이 몰렸고, 일부 약국은 습격을 당했다고 한다. 2,000디나르 하던 식수 1병의 값도 2배로 뛰는 등 마지막 사재기도 벌어졌다.
도시 풍경도 더욱 살벌해지고 있다. 공보처 등 이라크 정부기관 주변 곳곳에서는 모래주머니로 참호를 구축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웃 주민들과 모여 앞일을 걱정하던 아부 클루트씨는 "이제 신의 뜻만을 기다릴 뿐"이라며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시민들은 "바그다드 외곽 라마디와 팔루자 지역에서 군인들이 바그다드 사수선을 쳐놓았다" "미군이 이미 이라크―쿠웨이트 국경지대에 난민촌을 건설하기 시작했다"는 등의 소문을 주고받았다.
기자를 24시간 안내하고 감시했던 비밀경찰 모타르 라티프(36)씨는 "이제 전쟁을 피할 수 없을 듯 하다"며 "당신은 잘 돌아가서 우리를 잊지 말아 달라"고 침울하게 말했다.
10시간을 달려 도착한 요르단―이라크 국경 검문소에서 마지막으로 대한 한 이라크 관리는 외국인들에게 잘 가라고 인사한 뒤 "우리는 미군이 몰려오면 30분 안에 생사가 갈릴'30분 인생들'"이라고 자괴했다.
/요르단―이라크 국경에서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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