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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의 평화 있어야 바깥의 평화 가능"/틱낫한 스님 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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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의 평화 있어야 바깥의 평화 가능"/틱낫한 스님 방한

입력
2003.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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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에 평화의 기운이 있다면 우리 밖에 평화를 일굴 수 있습니다. 남북한 사람들의 마음 속에 깃든 '우리는 형제'라는 씨앗에 물을 주면 평화가 꽃 피어날 것입니다."프랑스 보르도에서 수행공동체 '플럼 빌리지'를 이끌고 있는 베트남 출신 틱낫한(77) 스님이 방한 첫 일정으로 18일 프레스센터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스님은 이날 회견을 '호흡 관찰' 명상으로 시작하자고 제의했고, 좌복 위에 앉은 스님과 동행한 비구, 비구니 스님 16명이 10여분간 산스크리트어로 '나무관세음보살'을 염송하며 '마음 챙김'(mindfulness) 시간을 가졌다.

스님은 먼저 "세계 35개국에서 문제를 안고 있는 부부, 부자, 모녀들이 찾아오는데 3∼5일 간의 수행으로 서로 화해하는 것을 많이 봤다"며 25년 동안 서구에서 수행을 지도한 결과 불교적 명상 수행이 서구인들의 삶을 치유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스님은 취재진으로부터 한꺼번에 질문을 받은 다음 순서대로 답했다.

―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임박했는데….

"조지 W 부시와 토니 블레어는 정치 훈련은 했지만 평화를 만드는 수행은 하지 않았다. 정치인의 마음이 화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다면 평화를 이룰 수 없다. 미국과 중동 국가들 사이에는 공포와 불안이 가득하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면 그 전쟁은 머지않아 다른 형태의 고통으로 미국에 되돌아갈 것이다.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인들도 고통을 받았다."

― 한반도에도 북한 핵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

"남북은 한 가족의 형제이다. 누가 내 형제를 때리려 하면 도와야 한다. 남측이 진정 자애의 마음으로 북측에 대해 '당신들은 우리 형제이며 우리는 어떤 전쟁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북의 동포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선언할 것을 제의한다. 북한이 주민들이 굶주리는데도 핵무기를 만드는 것은 두려움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공포의 양을 줄여 주어야 한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처럼 남북 지도자가 매년 만나기를 바란다."

― 스님이 가르치는 명상과 한국 스님들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 하는 수행의 차이는.

"불교는 살아 움직이는 현실이다. 내가 쓴 책은 쉽게 읽히지만 그 수행은 깊이가 있는 것이다. 한국의 선불교도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대중화할 수 있을 것이다."

― 스님이 말하는 의식적 호흡, 걷기가 일상생활에서는 쉽지 않는데….

"운전이나 식사, 설거지를 하거나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한 잔의 차를 마실 때도 마음을 챙기면서 하면 가능하다. 마음 챙김은 현재에 깨어 있을 수 있는 능력이다."

― 과거에 지은 업은 어떻게 다스릴 수 있나.

"현재는 과거, 미래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마음을 변화시키면 업도 변화시킬 수 있다."

스님은 회견 도중에도 이따금 벨을 울리며 1분 정도 마음 챙김의 시간을 가졌으며 '나는 지금 깨어있다'는 염송으로 회견을 마무리했다. 이날 오후 '내 안의 평화, 세상의 변화'를 주제로 국회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참석, '마음의 평화론'을 펼친 스님은 19박 20일 동안 20여건의 일정을 소화하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사진 류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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