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인제 땅에는 독특한 지명이 있다. 기린면이다. 말 그대로 기린(麒麟)이다. 기린이 우리 땅에 들어온 것은 일제시대 때 창경궁을 동물원인 창경원으로 만들면서이다. 그런데 어떻게 지명이 기린일까. 현지 향토사학자들은 진짜 기린이 아니라 사슴을 형용한 지명이라고 풀이한다.지금은 찾을 수 없지만 인제에는 사슴이 많이 살았다고 전해진다. 사람의 흉한 손길을 피해 사슴들이 몸을 피한 곳이다. 워낙 골이 깊고 산이 험하기 때문이다. 사슴 뿐 아니라 사람도 피했다. 기린면 인근의 방태산, 구룡덕봉 등에는 삼둔 오가리라는 땅이 있다. 정감록에는 나라에 난리가 나도 생명을 부지할 수 있는 곳으로 기록돼있다. 예로부터 왕을 저버렸거나, 왕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사람들이 숨어 들어 살았다.
방동약수는 삼둔 오가리 중 적가리골에 위치한 약수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기린면 방동2리이다. 워낙 깊은 산골에 있어 예전에는 정말 절실한 사람만 찾았다. 이제는 약수터 앞까지 차가 들어간다.
역사가 오래된 약수다. 1670년께 발견됐다. 심마니가 '육구만달'을 발견했다. 60년생의 씨가 달린 산삼을 일컫는다. 육구만달을 뽑은 자리에서 산삼보다 더 귀한 약수가 솟았다. 수령 300년이 넘는 엄나무 고목 아래에 샘이 있고, 나무로 뚜껑을 덮어 놓았다.
무색 투명한 광천수이다. 철분, 망간 등이 함유된 탄산수여서 설탕을 타면 그냥 사이다이다. 전혀 역하지 않다. 사람의 몸에 맞다는 뜻이다. 위장병과 소화촉진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이 탄산수로 밥을 지으면 마치 압력솥에 하는 것과 같아서 찰진 밥을 끓일 수 있다.
방동약수가 있는 방동리 일대에는 약수만큼 사람을 건강하게 하는 넉넉한 자연이 펼쳐져 있다. 방동약수를 뿜어내는 방태산은 1,443m의 준봉. 흙으로 덮여있는 육산이지만 산행은 만만치 않다. 6시간쯤 걸린다. 그러나 원시림에 푹 젖을 수 있다.
방동에서 양양쪽으로 계속 들어가면 눈이 많이 내리기로 유명한 설피마을이 나온다. 설피마을에서 시작하는 곰배령 계곡길은 한나절 트레킹으로 알맞은 곳. 가파르지 않은 산길을 왕복하면 4시간 정도 걸린다. 봄이 더 깊어지면 야생화가 지천으로 널린다. 곰배령 정상은 나무 한 그루 없는 초원이다. 완전히 야생화 동산이다.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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