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혜 엄마 김병희씨28개월 된 정연이는 누나들과 잘 어울려 노는 착한 아이입니다. 그런데 가끔씩 싸우거나 자기 뜻대로 되지 않아 화가 나면 옆에 있는 물건을 물어뜯거나 머리를 심하게 바닥에 쿵쿵 찧는 버릇이 있습니다. 평소 순하고 착한 아이가 갑자기 그런 행동을 하니 더욱 놀랐습니다.
처음엔 어이가 없어 혼만 내다가 매도 들어봤습니다. 그래도 아들은 제가 제지할 틈도 없이 머리를 찧어댑니다. 요즈음엔 일부러 무관심하게 행동합니다. 모르는 척하고 있으면 울면서 안아달라고 하지만 무시하고 다른 일을 합니다. 혹시 엄마의 시선을 끌려고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까 생각해서지요. 한참동안 울다가 결국은 포기하고 다시 놀기 시작합니다만 또다시 화가 나면 여지없이 이마를 찧습니다.
자신이 아프다는 것을 알면서도 순간적으로 분을 참지 못하고 자해행동을 하니, 성격에 문제가 있는 걸까요?
장스여성병원 박선옥 원장 (소아과)
분노발작은 정상아의 5∼15%에서 볼 수 있는데 흔히 몸 흔들어대기, 고개 돌리기, 동동 구르기, 머리 찧기 등의 행동을 보입니다. 대개 생후 6∼8개월에 시작해 4세경엔 사라지고, 부모의 걱정과는 달리 신체에 별다른 손상을 입히지는 않습니다. 단 신체적으로 학대받거나 정서적으로 버려진 아이들은 심한 행동으로 다칠 수 있습니다.
생후 6∼8개월이 되면, 아이들은 리듬감을 알게 되고 독립심이 발달하면서 이런 리드미컬한 행동으로 분노를 표출하게 됩니다. 일종의 자기자극으로, 부모가 흔들어 달래주던 경험을 다시 맛보고 싶은 욕구로 풀이됩니다.
분노발작은 예방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지루하거나 욕구 불만일 때, 친구와 놀 때 발작이 일어난다면, 그런 환경이나 장소, 인물을 피해야 합니다. 손위 형제와의 관계에서 발생한다면 마냥 피하기는 어렵지요. 큰아이에게만 항상 양보를 강요해서도 안됩니다. 서로가 지켜야 할 한계를 명확히 가르쳐야 합니다.
명령하기보다 권유하는 말투로 "고맙다" 등의 표현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잘못을 지적하기보다 잘한 일에 칭찬을 해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아니"를 반복한다고 부모도 "안 돼"를 계속해서는 안됩니다. 싸울 만한 가치가 있는 것만 문제삼도록 합니다. 큰 규칙은 부모의 의지대로 지키면서 그 범위 안에서 아이에게 작은 선택권을 주어 독립심의 발달도 꾀해야 합니다. 특히 폭력적인 내용의 TV 프로그램은 시청을 금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단 분노발작을 일으킨 경우에는 차분하고 단호하게 "이래서는 안 된다"고 말해주고 아이를 격리해야 합니다. 아이에겐 관심을 보이지 말아야 합니다. 야단을 치거나 때리는 것은 폭력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오히려 모방으로 인한 증세 악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