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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타국살이 3단계-향수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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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타국살이 3단계-향수병

입력
2003.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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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국에서 오랫동안 외국인들에게 스웨덴어를 가르쳐왔다. 이들을 가르치면서 스웨덴에 온 이유와 관계없이 새로운 환경을 거부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스웨덴 음식은 일체 먹지 않고 외부와의 접촉도 없이 고향처럼 꾸며놓은 자기 집에서만 살려는 사람들이다.누구나 고유의 문화를 가져야 하지만 그렇다고 현재 살고 있는 사회로부터의 고립을 자초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에 사는 많은 외국인들, 특히 서구인들은 앞서 말한 스웨덴 이민자들처럼 살고 있다. 일정한 구역에서 같은 나라 사람들끼리만 교류하고 서양 레스토랑만 가는 등등….

하지만 조금만 마음을 열면 외국에 사는 것이 흥미 있고 신나는 경험이라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 중국에서 2년, 한국에서 3년 넘게 지내고 있지만 난 여전히 이곳 문화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일이 흥미롭기만 하다.

외국에서 살면 누구나 3단계를 겪게 된다. 1단계는 관광객으로서의 즐거움. 하지만 얼마 지나면 새 나라에도 단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때로 화가 나기도 한다. 그리고 3단계로 그리움이 찾아온다. 나의 경우 한국 사람으로 말하면 김치 같은, 스웨덴 특유의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다.

향수병이 가장 심해질 때는 명절이다. 스웨덴의 가장 큰 명절은 크리스마스와 하지(夏至)다. 하지만 이제는 명절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사실 서구에서 1월1일을 축하하기 시작한 것도 불과 400년 밖에 되지 않았다. 물론 해마다 명절 음식을 만들어 먹지만 이제는 그리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한국에 와선 스웨덴에서는 쇠지 않던 현충일이 명절이 되었다. 6월6일이면 중립국감시위원회의 일원인 스웨덴 대표단이 주한 스웨덴인을 초청, 전통 음식으로 뷔페를 차리기 때문이다.

가장 절실한 건 역시 음식이다. 어느날 내가 어떤 음식을 5년 동안 먹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스웨덴에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것조차 몹시 그리워진다. 그래서 1년에 4∼5차례 친척들이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는 스웨덴 음식을 보내준다. 반년 전에는 스웨덴 요리의 필수품인 오븐까지 샀다. 한국인들은 서양음식하면 다 같은 것인 줄 안다. 바로 내가 인도 요리나 한국 요리가 다 같은 동양음식이라고 여겼던 것처럼. 그래서 나는 내 수업 시간에 스웨덴 문화를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

스벤 울로프 울손 스웨덴인

한국외대 스칸디나비아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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