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은 흔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된다. 더구나 현재 이라크의 군사력은 1991년 걸프전에 비해 상당히 약해진데다 이라크 군인들의 사기도 예전 같지 않아 "싸움은 해보나 마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부 이라크군 간부들이 미국 관리들과 비밀 항복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CNN의 최근 보도는 이라크군의 흐트러진 전열을 상징하는 것이다. 때문에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이 걸프전(43일)보다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이라크의 군사력
실제로 이라크의 군사력은 걸프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는 것이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와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등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이라크 정규군은 걸프전 당시 95만5,000여 명이었으나 현재 37만5,000∼42만4,000여 명으로 줄어들었다.
육군은 탱크 2,200대, 장갑차 3,700대, 대포 2,400문 등을 보유하고 있으나 이 같은 무기들은 매우 노후한 상태이다. 소련제 낡은 전투기 316대도 보유하고 있으나 100여 대는 부품 결함으로 가동이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후세인 대통령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시작되면 결사 항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후세인이 반전 여론을 방패로 삼고 지연 작전에 주력할 경우 의외로 전쟁이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라크의 실질적인 군사력을 과소 평가할 수만은 없는 것도 변수중에 하나이다.
우선 후세인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고 A급 장비를 갖춘 '공화국수비대' 병력이 6만∼7만 명에 이른다. 또 사거리가 150㎞가 넘는 알 사무드 2 미사일을 갖고 있다. 원래 100기가 넘는 것으로 추정됐으나 유엔이 무기사찰 과정에서 50여 기 정도가 폐기됐다.
서방 군사 전문가들은 "이라크가 생화학무기와 스커드 미사일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린가스나 탄저균 같은 생화학무기를 미사일 탄두에 실어 발사할 경우 파괴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라크의 저항전략
이라크는 미국이 이번에 대규모 공습에 이어 바그다드 점령을 시도할 것으로 보고 진입 저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라크는 남부 바스라 인근 나시리아 지역을 첫 저항선으로 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 민간인 복장의 군대를 대기시키면서 미사일과 로켓 공격으로 미군의 바그다드 진격을 늦추는 전략을 편다는 것이다. 미군이 유프라테스강을 건널 때는 교량 파괴 등으로 지연 작전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후세인은 탱크 미사일 등 주요 무기를 이슬람 사원이나 민간 주택 부근에 배치, 대규모 민간인 피해를 유도함으로써 반전 여론을 활용할 수도 있다.
후세인은 공화국수비대와 5,000여 명에 이르는 특수보안 요원을 활용해 바그다드를 지킬 각오를 하고 있다. 바그다드까지 무너질 경우에 대비해 1만여 명의 공화국수비대가 후세인의 고향인 티크리트에서 최후 항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 언론들은 "후세인이 티크리트 지하 벙커 등에 은신해 항전을 지휘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미군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이라크가 생화학무기를 사용하는 경우로 미군뿐 아니라 민간인 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사 주간 뉴스위크는 "이라크가 초기에 무기를 은닉해 지연 작전을 펴다가 미군 기지가 있는 쿠웨이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보복 공격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될 경우 미국이 핵무기 공격을 검토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또 후세인은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이라크인들에게 미국에 대항해 테러를 가하라고 지침을 내릴 수도 있다.
후세인이 16일 임박한 미국의 공격에 대해 "이라크는 전세계의 육지, 해상, 공중에서 반격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테러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