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은 '총체적 난국'으로 밖에는 달리 표현하기가 어렵다. 이라크전쟁과 북한 핵 위기, SK 분식회계 사건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에다 심리적 불안까지 겹쳐 '제2의 경제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이런 비상한 시기에 경제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최근 언행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는 취임 초부터 법인세 인하와 적자재정 편성 등 조율 되지 않은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특히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의 '미국 정부의 북폭 타진' 보도의 진원지가 김 부총리라는 사실은 과연 시장이 그를 '경제수장'으로서 계속 신뢰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던져준다.
그는 13일 '영변 폭격설'이 첫 보도된 이후 파문이 계속 확산되는데도 침묵으로 일관하다, 언론의 추적으로 17일 자신이 장본인으로 드러나자 "떠도는 소문을 전해준 정도"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는 고위 경제관료의 'SK수사 외압설'이 나돌 때에도 "그런 사실이 없다"며 부인하다, 청와대가 시인을 해버리자 뒤늦게 "어려운 경제상황에 장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직무로 생각했다"고 말을 뒤집었다.
많은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을 "어려운 경제상황을 돌보느라 시간을 내기 어렵다"며 피하던 그가 참여정부의 1등 공신으로 꼽히는 인터넷신문 관계자들과 취임후 1주일만에 별도 저녁 모임을 가졌다는 사실도 모양새가 우습다.
김 부총리는 14일 취임 후 처음 기자들과 오찬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시장을 안심시키려 빨간색 넥타이는 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가 경제수장의 경솔한 언행으로 덧나지 않도록 신중한 처신을 당부한다.
고재학 경제부 차장대우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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