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기 북부 휴전선 인근을 가다가 아담하면서도 깨끗하게 지어진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을 지나게 됐다. 알아보니 이 마을은 '사랑의 집짓기 운동(Havitat)'의 결과로 조성된 곳이었다.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이 내한해 직접 망치를 들고 자원 봉사자들과 함께 건축현장에서 일했다고 한다.1994년 북핵 위기 때 북한을 방문해 남북 대화를 이끌어냈던 그의 발자취가 느껴졌다. 그는 퇴임 후 이러한 활동에 힘입어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세계인은 이제 그를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 아닌 평화의 사도로 기억하고 있다. 현직에 있을 때보다 퇴임 이후 더욱 존경 받는 대표적 사례이다.
카터 전 대통령은 우리의 전직 대통령과는 대조적이다. 카터 같은 지도자들이 이웃을 위해 사랑과 봉사를 실천할 때 우리의 전직대통령은 어떤 모습이었나. 수천 억원의 비자금을 빼돌렸다 들통나 교도소에 다녀왔고 지금도 평일에 골프장에서 정치인들과 만나는 모습이 심심찮게 목격된다. 반면 과문한 탓인지 그들이 퇴임이후 이웃을 위해 사랑과 봉사를 했다는 얘기는 듣기 힘들다.
한 나라를 이끈 인물이라면 도덕성에 기반한 엄격한 자기 관리가 있어야 할 것이다. 도덕성을 바탕으로 사회적 갈등이나 이슈에 애정어린 충고를 하는 모습도 보여야 하지 않을까.
선진국 지도자들은 유난스럽게 애국 애족을 떠들지 않는다. 그 사회는 모든 정신이나 생활 자세가 자연스럽게 봉사할 수 있을 정도로 수준 높게 형성되어 있다. 그들 사회에서는 부인들이 호화스러운 옷을 장만한다거나, 거창한 구호를 외치면서 자선 활동을 하는 흉내를 내지는 않는다. 그냥 자연스럽게 이웃을 사랑하며 돕는 생활을 실천하면서 봉사와 희생을 솔선 수범할 뿐이다.
우리 지도층 가운데 상당수는 바자를 열면 신문, 방송에 어떻게 알리느냐부터 먼저 고민한다. 바자의 성공을 위해 홍보 차원에서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일회성 행사에 장황하게 자기 과시만 하며 마치 평생 계속 봉사할 듯 떠들어대는 게 다반사다. 그러다가 그 행사만 끝나면 그 뿐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망각으로 처리되는 일과성 바자회로 끝나는 예가 허다하다. 매사가 이런 식이다.
카터 전 미 대통령의 실천하는 삶을 보면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사랑의 집 지어주기 행사에 참여해 봉사와 사랑을 몸으로 실천한다. 빛나는 일은 아니지만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뭔가 꾸준히 해나가는 그의 모습, 국제평화대사로 분쟁지역 여기저기를 발로 뛰기를 자청하는 그의 모습이 요즘 같은 세상에 더욱 크게 느껴진다. 우리도 이런 봉사와 희생 정신을 가진 지도자가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기만 하다.
박 정 박정어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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