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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숲 이야기/ 오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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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숲 이야기/ 오동도

입력
2003.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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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하면 오동도를 연상하게 되고, 오동도 하면 동백나무를 떠올린다. 섬 이름은 '모양이 오동나무의 잎처럼 생겨서' 붙여졌다고 한다.아주 오랜 옛적 한 부부가 오동도에 정착해 살았는데 남편이 고기를 잡으러 나간 틈을 타서 도둑이 들어 부인을 겁탈하려 하자 도망을 치다가 바다에 빠져 죽었다. 그 후 부인이 묻힌 자리에서 부인을 닮은 아름다운 동백나무가 자라기 시작하여 오늘의 동백나무 숲이 만들어졌다는 전설도 있다.

동백은 오동도에서부터 불이 붙는다. 청마(靑馬) 유치환은 동백을 두고 '그대를 위하여/목놓아 울던 청춘이 이 꽃 되어/천년 푸른 하늘아래 소리없이 피었나니...(중략)/그대 위하여 선/다시도 아까울 리 없는, 아아 나의 청춘이 이 꽃'이라고 노래했다. 이렇듯 동백의 속내는 절개이자 순정이다. 떨어져도 시들지 않고 화려한 색깔과 자태 그대로 마르는 동백은 조선의 아낙이다.

오동도는 많은 난대 수종들이 만든 숲으로 덮여져 있으며 비교적 잘 보존돼왔다. 숲속에 들어가보면 난대지방의 대표수종인 동백나무를 비롯해 후박나무 참식나무 구실잣밤나무 돈나무 등 상록활엽수와 푸조나무 개서어나무 참느릅나무 팽나무 예덕나무 천선과나무 보리장나무 두릅나무 등 낙엽활엽수, 그리고 바닷가에서 잘 자라는 침엽수인 해송(곰솔) 등 내륙에서 보기 힘든 나무들이 어우러져 자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화살을 만드는데 사용하였던 신이대라는 대나무가 밭을 이룬다.

한때 무분별한 상행위로 동백나무와 신이대 숲이 많이 훼손된 까닭에 여수시는 1999년부터 2008년까지 오동도 전체를 3등분, 3년씩 휴식년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 덕택에 맨 땅이던 동백나무 아래에 종자가 떨어져 새싹이 돋아나 후손들이 번창하기 시작했으며 풀들도 새 움을 틔고 있다. 오동도는 이제 남도 제일의 관광명소로서 연간 100여만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으며 울창한 활엽수림은 학술적 보전가치가 매우 높은 숲으로 160여종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오동도는 여수시 동쪽의 신항구에서 1km 정도 떨어진 해상에 위치하며 그보다 먼발치로 남해가 눈에 들어온다. 면적은 127,000㎡(3만8천평) 정도의 작은 섬으로 768m 길이의 방파제가 섬에 이르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 해수로의 시발점이기도 하며 섬의 남쪽에 등대가 서 있어 뱃길을 안내하고 있고 늘푸른 상록수림과 동백나무의 붉은 꽃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다. 이 섬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나라를 위기에서 구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 해전사에 길이 빛나는 승리의 장소로 후손들에게 길이 물려줄 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최명섭·임업연구원 박사 hnarbore@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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