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열린 국회 법사위는 강금실(康錦實) 법무부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강 장관은 특히 친구인 민주당 조배숙(趙培淑) 의원으로부터 호된 추궁을 받았다.판사 출신인 강 장관과 조 의원은 경기여고(63회) 및 서울대 법대(75학번) 동기동창으로 학창시절 줄곧 선두 자리를 다퉈온 선의의 라이벌 관계. 사법시험은 조 의원이 22회로 강 장관보다 1년 앞섰다. 조 의원은 강 장관의 임명소식을 듣고 떡을 맞춰 선물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 의원은 이날 처음부터 공격적인 자세로 강 장관을 몰아세웠다.
조 의원은 질의에 앞서 "국회 상임위가 열리면 하루 전날 정부 부처가 주요 현안 보고서를 각 의원실에 배포하는데 이번에는 오지 않았다"고 '군기'를 잡았다. 강 장관은 당황한 표정으로 간부들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한 뒤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조 의원은 이어 "대통령이 평검사와의 대화에서처럼 매사에 직접 나서면 모두가 대통령과 직접 상대하려 들 것"이라고 다그쳤다. 그는 또 검찰 인사에 대해 "인적 청산을 통해 또 다른 검찰 예속화를 시도하려 한다는 우려가 있다"면서 "오랫동안 조직에 몸담은 검찰 간부들에게 모욕감을 주지 않고 용퇴시킬 방법도 있을 텐데 너무 거칠었던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강 장관은 "검사장급 인사 과정에서 모욕감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했으나 결과적으로 대상이 된 분들께 너무 누가 돼 저 역시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들의 추궁에 대해서도 강 장관은 겸손한 태도로 예봉을 피해갔다. 한나라당 최병국(崔炳國) 의원이 "서열 파괴식 인사라는 잔기술을 동원해 인사 물갈이를 한다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당장 실현되지 않는다"고 질타하자 "옳으신 지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세를 낮추기도 했다. 강 장관은 회의 내내 '송구' '죄송' '사과' 등을 언급하며 저자세로 일관하다 검찰 출신인 한나라당 최연희(崔鉛熙) 의원으로부터 "검찰 수장인 장관이 한마디 사과를 하면 모든 검사들의 자존심이 상하게 된다는 것을 알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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