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10시(한국시간), 부시 미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철회하고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게 48시간 안에 이라크를 떠나라는 최후통첩을 발표했다. 이라크가 이를 일축함에 따라 결국 20일 오전 10시 이후 또 한번의 걸프전이 발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이라크 전쟁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과 함의는 무엇일까?이번 전쟁은 시간적으로, 지역적으로 그리고 영역별로 다른 영향을 줄 것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영향은 이라크 전쟁 이후 세계질서 유지에 관련된 문제들이다.
이라크 전쟁의 전개 양상이 현재 미국의 예상대로 속전속결로 진행되어 가시적 승리를 거둘 경우, 미국은 자국 중심의 세계 질서관과 제도 및 전략을 강하게 추구할 것이다. 미국은 또 지금까지의 민족국가단위 중심과 집단방위 체제에 기반한 세계질서와 유엔 중심적 제도 운영에 강한 이의를 제기하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또한 유럽을 비롯한 전통적인 동맹체제의 유용성에 대한 비판이 일게 될 가능성이 높아, 예방전(豫防戰)에 기초한 미국의 전략 구상에 따라 국제 관계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부시 정권의 성향으로 보아, 미국이 지역별· 문제영역별로 차별화한 전략을 구상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은 단기적· 전술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후세인 정권의 퇴진 후 민주정권 수립과 경제 재건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번 전쟁에 자극받은 테러 세력들의 무차별적인 테러로 인해 새로운 불안과 안보 위기가 올 가능성이 높다. 이와 동시에 미국 내에서 부시 행정부의 전략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대외적으로는 유럽과 러시아 중국 등으로부터 미국의 세계 지배전략에 대한 비판이 고조될 것이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이런 도전에 대해, 단기적 승리를 주장하면서 자신의 전략을 계속 추진하려 할 것이다.
어느 경우이든 이번 전쟁은 우리에게 어려운 외교적 과제를 안겨줄 것이다. 먼저 미국이 완벽한 승리를 거둘 경우 미국과 한국의 세계질서에 대한 인식 차이는 심화할 것이다. 우리가 세계 경찰국가를 자칭하는 미국의 세계관을 공유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미국 내에서도 반미 감정이 고조된 한국과의 전통적 동맹관계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특히 미국이 북한 정권을 다음 타도 대상으로 볼 경우 우리와 대북한 인식의 차이는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반면, 미국이 단기적 승리와 함께 새로운 불안요인을 안게 될 경우 북한 문제의 외교적 해결 노력도 전쟁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띠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대이라크 전쟁에 미온적이었던 러시아· 중국과 미국의 관계가 이전과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국의 북한에 대한 협상 위치는 이라크 전쟁에서 완전히 승리할 경우는 물론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은 이라크 전쟁이 가져올 장· 단기적, 지역적, 영역적 영향의 분석과 함께 이에 대한 다양하고 동적인 대응 전략의 수립이 시급한 시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이번 전쟁에 대한 일반적인 지지문제와, 미국의 한반도 및 대북한 입장을 혼돈하지 않는 일일 것이다.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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