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처리방식과 SK글로벌 분식회계에 외국 투자가들이 실망하고 있다."1997년 대외경제 특별대사를 역임, 한국경제에 대한 해외의 시각에 정통한 김기환(사진) 골드만삭스 고문은 18일 "두산중공업 처리방식은 '법대로' 원칙을 깬 것"이라며 "노사관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보여라"고 강조했다. 김 고문은 또 "한국의 기업지배구조에 외국투자가들이 다시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며 "재벌조사를 후퇴시켜서는 안된다"고 주문했다.
―한국경제가 위기에 직면했다는 시각이 있다.
"하강국면에 접어든 것은 분명하다. 6% 성장을 예측했던 기관들도 4%대로 수정하고 있다. 관건은 북핵문제가 어떻게 전개되느냐는 것인데, 한·미 공조가 깨지면 국제금융시장의 평가는 급격히 냉각될 것이다. 미국과 북한간 전쟁이 나면 중재하겠다는 식의 발언을 해선 안된다. 미국 입장에서는 '동맹국이 무슨 중재를 하냐'며 불쾌할 수 있다. 다행히 노무현 대통령이 이라크전에 파병을 하는 대신,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키로 하면서 국내외 동요는 안정되고 있다. 양국이 서로서로 익숙해지고 배우고 있는 단계다. 결국 북핵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될 것이다. 어려운 고비인 것만은 사실이지만, 위기(crisis)라는 표현을 붙이기에는 적절치 않다."
―정부의 경제정책 운용은 적절한가.
"정부가 어떤 정책을 쓸지 드러나지 않아 불안한 게 사실이다. 특히 노사문제에 대한 정책이 명확하지가 않다. 외국기업들이 아직 마음을 놓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때문이다. 두산중공업 처리를 보면 오히려 의심이 더욱 깊어진다. 무노동무임금 원칙이 깨졌고, 가압류도 모두 풀었다. 폭력이 아닌 위법은 구속을 않겠다는 방침도 걱정된다. 지나칠 정도로 친노(親勞)에 가깝다. 법대로 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공적자금에 대해서도 정리 안된 2금융권의 부실규모를 밝히고, 이를 해소하기위해 공적자금이 더 필요한지 공론화해야 한다."
―경제불안 때문에 개혁을 미뤄야 한다는 주장과 그렇기 때문에 더 개혁해야 한다는 입장이 엇갈린다.
"요는 개혁의 내용이다. SK 분식회계에 대해 외국투자가들은 실망하고 있다. 나아진 줄 알았더니, 아직 멀었구나는 식이다. 사태가 다급해서 정부가 울며겨자먹기로 속도조절을 한다고 했지만, 외국에서 보기에는 SK와 같은 건이 더 있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속도조절의 미세조정은 필요하겠지만, 이런 의구심은 해소시켜 줘야 한다. 금감위·공정위 등의 조사도 후퇴하면 안된다. 그러나 주5일제 근무나, 공무원 노조 등과 같이 노동계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개혁에 역행하는 것이다. 주5일 근무를 일률적으로 실시하면 기업의 노동비용이 지나치게 높아진다. 법인세 인하도 가진 축에 속하는 기업에 좋은 일 시켜준다는 논리에 밀려 브레이크가 걸린 상태다."
―최근 외국 투자가들의 '셀 코리아'는 기조적인 것인가.
"부분적으로는 그렇다. 한국의 펀더멘털은 인정하고 있지만 한·미 관계의 악화, 전쟁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분단국가에 투자해온 것은 한국이 전쟁 위협은 있지만, 한·미 동맹관계에 대해서만은 자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양국간 관계가 삐그덕거리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북핵위기로 금융허브의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게 증명되지 않았나.
"분단상황이기 때문에 금융허브가 안된다는 것은 옳지 않다. 한·미 동맹관계가 깨지면, 물류·IT(정보기술) 등 어떤 분야의 허브도 불가능하다. '한국에서 전쟁은 안 난다'는 확신만 심어주면 된다. 홍콩은 반환전 중국과의 긴장관계속에서도 금융허브가 됐다. 우리가 허브를 해야 하는 이유는 중국에 물류와 IT를 뺏길 것 같기 때문이 아니다. 자본과 고급인력에 국경이 사라지면서,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그 나라의 제도와 시스템이다. 개혁정책의 포커스도 제도와 시스템 개선에 맞추어야 한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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