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인데도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해안가. 앞에 보이는 150여개의 크고 작은 섬. 때문에 예로부터 육로 보다는 수로가 발달해 '동양의 나폴리'로도 불리는 곳. '한려수도의 심장부' 통영이 여행객을 유혹하고 있다.건설중인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중 대전-진주 구간이 이미 개통돼 대전에서 통영까지 자동차로 2시간30분이면 닿을 수 있게 된 것이 우선적 요인. 이전에는 무려 5시간 걸렸다. 나머지 구간이 추가로 개통되면 이마저 2시간 이내로 줄어들 전망.
또 '불자(佛者)의 섬'으로 일컬어지는 연화도가 선박접안허가를 받아 3월부터 관광객들이 직접 찾아볼 수 있게 된 것도 큰 매력이다.
통영을 둘러볼 수 있는 관광 테마는 크게 세가지. 유람선을 타고 섬들이 밀집해 있는 한려수도의 경관을 둘러보는 것은 기본. 또 이순신 장군이 활약한 한산대첩 유적지 등 역사의 현장을 탐방하는 것이 두번째고 이 지역 출신 문인, 예술가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는 것이 세번째 즐거움이다.
한려해상 국립공원 유람선 투어.
배를 타고 섬 일주 유람에 나서기 전에 달아(達牙)공원에 먼저 올라가자. 공원 언덕 위 정상에서 내려다 보면 통영시와 앞 바다에 크고 작은 섬들이 올망졸망 들어선 모습이 한 눈에 들어 온다. 방향별로 섬의 위치와 이름을 표기해 놓은 커다란 안내지도가 설치돼 있다. 해지는 풍경이 장관을 이뤄 일몰, 일출을 감상하거나 휴식을 취하려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
올해 유람선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연화도 관광. 3월부터 유람선 접안허가가 났다. 섬 모양이 연꽃같이 생겼다 해서 이름 붙여진 연화도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섬에 들어선 사찰로 유명하다.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고산스님이 1998년 창건했는데 400여년 전 연화도사, 사명대사, 자운선사 등이 이곳에서 수행했다고 전해진다.
매물도에선 '모세의 기적' 축소판을 밟아볼 수 있다. 소매물도와 등대섬 사이에 조수간만의 차이로 하루 두번씩 바닷길이 열리는데 이 때는 일반인도 걸어다닐 수 있다. 흉년이 들 때마다 매물(이 지역에서는 메밀을 매물이라 불렀다)만 먹고 살았다고 해 매물도라 불리는 이 섬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주변경관은 시원하기 그지없다.
승선료 1인당 6,500∼1만8,500원. 충무유람선협회 (055)645―2307.
역사 유적지 벨트관광
"이 지역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드러내 놓고 알리는 데 인색해요. 말씨 또한 투박하지만 속마음은 정반대랍니다." 관광객들에게 역사와 문화 등을 설명하는 이종애 문화유산 해설사는 "통영이 갖고 있는 풍부한 역사 관광자원들의 가치에 비해 아직 홍보는 미미하다"고 말한다.
옛 해군본부 격인 삼도수군의 본영이 자리잡고 있던 통영에는 군영 유적지가 많다. 사적 제402호인 통제영 1만2,000여평에 들어서 있는 세병관, 운주당, 분료정 등은 당시 통제영의 위용을 말해 준다. 1604년 창건한 객사(客舍)인 세병관은 경복궁 경회루, 여수 진남관과 함께 현존하는 목조건물로는 가장 규모가 큰 건물. 또 이순신 장군이 많은 시간을 보낸 이 곳에는 한산도 등 임진왜란 유적지들도 많다. 여행에 나서기전 통영시향토역사관을 찾아 전시된 유물들을 직접 보고 정보를 얻은 뒤 출발하면 여행의 묘미를 키울 수 있다. (055)640―5367
근대 한국 문화예술의 발상지-통영
통영 사람들의 바람 중 하나는 고기잡이에 나섰던 어선이 만선으로 돌아오는 것. 어선은 포구에 들어설 때 배에 깃발을 꽂음으로써 만선임을 알렸다. 이 지역 출신인 시인 청마 유치환은 깃발을 바라보는 심정을 시 '깃발'로 그려냈다.
'꽃의 시인' 김춘수, 시조시인 김상옥, 소설가 박경리, 누드 전문 화가 김용주, 작곡가 윤이상씨 등이 모두 이 지역 출신. 1914년 설립된 근대식 극장인 봉래극장과 청마문학관, 유치환의 생가 등이 가볼만한 곳. 청마가 시조작가 이영도와 25년간 5,000여통의 연애편지를 주고받았다는 우체국이 그 자리에 남아 있다. 이 곳에서 연애편지를 보내보는 것도 추억거리가 된다.
/글 사진 통영=박원식기자
■"통영 꿀빵 줄을 서시오"
'통영 꿀빵 먹어 보셨나요?'
밀가루 반죽 안에 팥앙금을 넣고 튀긴 뒤 겉에 물엿과 깨를 먹음직스럽게 발라 둥그런 약과처럼 보이는 통영 꿀빵은 30여년전 서민들의 간식거리로, 구멍가게나 노점, 시장 등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먹거리가 됐으나 오미사 꿀빵의 정원석(69·사진)씨는 부인 윤월순(66)씨와 함께 34년째 이 꿀빵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꿀빵을 만드려는 후계자가없어 아직도 건강도 다질 겸 직접 빵을 만들고 있다"는 그는 "반죽이 기름에 터지지 않도록 하고, 물엿이 심하게 달라붙지 않게 농도를 조절하는 것이 비법"이라고 말한다.
최근 거의 사라져가던 꿀빵이 일반에게 다시 복고식품으로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이 더 많이 찾는다고. 하루 300여개만 만들어 한 개 500원씩 파는데 관광객들이 몰려 다 팔리면 즉시 문을 닫는다. "소일거리삼아 일하는데 이것도 이젠 힘들어…." (055)645―3230.
/통영=박원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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