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실물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산업자원부가 올해 원유수입 평균 단가가 지난해 보다 내려가며, 국내 유통업계 경기가 1·4분기부터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실제 상황과는 동떨어진 낙관적 전망을 잇따라 발표, 정책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18일 산업자원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자부 자원정책과는 최근 내놓은 '2003년 에너지 수요전망' 자료에서 2003년 원유 수입액은 수입물량(2.5%)의 증가에도 불구, 지난해보다 1.3% 늘어난 194억 달러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라크 사태로 국제 유가가 배럴 당 30달러를 넘어서는 등 유가폭등의 영향으로 올들어 지난 15일까지 불과 2.5개월간 실제 수입된 원유는 56억6,000만 달러로 산자부 예상치의 30%에 육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라크전이 단기에 끝나 유가가 하반기에 2002년 평균인 배럴 당 23달러 내외로 떨어진다고 해도 원유 수입액은 최소 23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자부는 또 지난달에는 "국내 5,007개 제조업체를 상대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경기가 1·4분기에는 전분기 수준을 유지하며, 2003년 전체로는 상승세가 되 살아나 매출, 수출, 내수 등 대부분의 기업활동이 호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같은 날 내놓은 '1월 기업경기조사 결과'에서 "제조업 BSI가 기준치(100)에 훨씬 못 미치는 80에 머물렀으며, 제조업체들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2001년 3분기 이후 2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11일 발표한 '2월 유통업체 매출동향' 발표에서도 산자부는 경기상황을 필요 이상으로 낙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산자부는 2003년 2월 백화점 매출액이 2002년 2월보다 13.7%, 할인점은 22.8%나 줄었는데도 1월의 설날특수를 감안하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3월 이후의 매출전망에 대해서도, "이라크 사태가 변수이기는 하지만 지난해 12월을 저점으로, 매출이 회복세로 돌아설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3월 이후 소비심리가 급랭하면서 매출도 격감하고 있다"며 "이라크 사태와 검찰의 SK수사 등 외부변수에 따른 영향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산자부 전망은 너무 낙관적"이라고 반박했다.
민간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효율적인 정부 정책은 경기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 없이 불가능하다"며 "너무 비관적인 전망도 문제지만 불필요하게 낙관적인 전망만 한다면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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