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빌 비올라(52)가 온다. 국제갤러리에서 19일부터 4월30일까지 열리는 국내 첫 개인전은 첨단 뉴미디어 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비올라의 비디오 작업은 21세기의 성화(聖畵)로 불린다. 인간의 탄생과 죽음, 시간과 의식의 흐름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그는 고전 회화를 연상시키는 섬세하고 서정적인 영상으로 보여준다. 1970년대 이후 세계 미술계의 1세대 비디오 아트 작가로서 닦아 온 비올라의 탄탄한 테크닉은 뉴미디어 미술에 대한 일반 관객의 무관심과 냉담을 씻어내기에 충분하다.
출품작에는 독일 베를린 구겐하임 미술관의 의뢰로 처음 제작해 지난해 9월부터 올 1월까지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전시회에서 선보인 최신 화제작 'Going Forth By Day'를 비롯해, 95년 제46회 베니스 비엔날레 최고상에 빛나는 '묻혀진 비밀', 지난해 발표한 신작 '관찰' 등이 포함됐다.
'Going Forth By Day'는 이집트 '사자(死者)의 서(書)'의 영문 번역 이름인 'The Book of Going Forth By Day'에서 작품 제목을 딴 것. '불의 탄생' '여정' '대홍수' '항해' '첫 번째 빛'의 순서로 된 5개의 LCD 비디오 설치 작업이다. '여정'에서는 어느 햇빛 좋은 날 숲길을 사람들이 걷고 있다. 무거운 짐을 지거나, 그저 손가방 하나만 들고 가볍게 걷거나, 꽃을 들거나 한 다양한 인종과 직업과 연령의 인물들이 거대한 가로 화면에서 모두 한 방향으로 걸어간다. 관람객들도 작품 속의 인물들과 함께 각자의 걸음걸이로 이들을 따라가며 인생의 여정을 느끼게 된다.
'첫번째 빛'은 영성을 추구하는 비올라의 성격이 분명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홍수 현장에서 탈진한 구조 대원들과 여인이 푸르스름한 새벽 빛 속에 잠들어 있다. 고요한 가운데 수면 위로 여인 아들의 얼굴이 떠오르고 이어 그의 몸이 공중으로 부상한다. 비올라는 현대의 재난과, 부활이라는 서구 미술의 고전적 주제를 놀라운 영상 언어로 결합시킨다.
비올라는 서구는 물론 솔로몬 군도와 인도네시아, 일본 등지를 여행하며 신비주의적 기독교 전통과 불교의 선종, 이슬람의 수피즘까지 흡수했다. 30여년 간 150여 작품에 고도의 테크놀로지로 인간 감정의 변화와 감성의 울림, 영적 사유를 담아온 그는 비디오를 '기록'의 매체가 아니라 '기억'의 매체로 바꿔 놓는다. 그의 작품은 97년 광주 비엔날레를 통해 처음 한국에 소개됐다.
개인전을 위해 방한한 비올라는 19일 오후 3시 아트선재센터에서 미술인, 관객들과 대화 시간도 갖는다. 19일 오후 6시, 8시 아트선재센터 시네마는 1970∼90년대 그의 작품들을 상영한다. 문의 국제갤러리 (02)735―8449, 아트선재센터 (02)733―8943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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