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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창동 문화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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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창동 문화부장관

입력
2003.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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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李滄東·49) 문화관광부 장관을 18일 오후 장관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간 언론과의 개별 인터뷰를 일체 거부했던 이 장관은 문화관광부 홍보업무 운영방안이 '신(新)보도 지침'이라는 비난과 함께 파문이 확산되자 이날 예정에 없던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 이 장관은 기자실 폐지, 기자들에 대한 부처 내 사무실 출입 제한 등을 골자로 14일 발표한 운영방안이 사실상의 취재제한 조치이며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데 대해 무척 억울하다는 표정이었다. 이 장관은 "이번 방안은 관료사회가 먼저 변하자는 선언인데 이를 '보도지침'으로 몰아가는 것은 취지를 오해하거나 왜곡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 장관은 이어 "어떠한 일이 있어도 이번 방안은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1시간 반 가량 계속된 인터뷰 후 "이번 일로 가족으로부터도 왜 기자들의 취재를 제한하느냐는 핀잔을 듣는 등 밤에 거의 잠을 못잘 정도로 시달려 몹시 피곤하다"고 토로했다. 파문 후의 소감, 문화관광부 관련 현안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최근 언론보도에 대한 소감은.

"언론 보도가 얼마나 부정확할 수 있는지를 절감했다. 본의가 이렇게 왜곡돼서 전달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언론이) 사람의 그림자를 보고 귀신이라고 하면서 귀신을 그리는 '그림자 놀음'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피곤하고 괴롭지만 한편으론 장관직을 수행하는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이 장관은 이 말에 이어 '재미'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의미'라는 뜻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 이번 방안은 언론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추진하는 것인가.

"이것을 사명감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일단은 우리(관료사회)가 먼저 변하자는 차원에서 시작했다. 괴롭더라도 공직자들이 먼저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이다."

― 노무현 대통령의 분신으로서 판단력을 갖고서 추진했다고 말했는데, 이는 일간신문에 대한 불신감에서 시작된 것 아닌가.

"솔직히 (신문에 대한) 불신감이 있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공정하지 못한 게임을 했던 것이 사실 아닌가. 일부 언론은 사적 동기를 충족시키기 위한 보도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다고 우리가 언론개혁을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변하기로 한 것이다. 그 동안 정부와 정치권이 언론과의 불건전한 유착의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 일간신문이 모두 형평성을 잃은 것은 아니지 않은가.

"우호, 비우호 신문을 구분하자는 게 아니다. 공평하고 공정하게 대하면서 모두에게 개방하자는 것이다."

― 기자들의 사무실 방문이나 불필요한 회식을 제한한다고 했는데 불필요하다는 기준은 무엇인가.

"사무실을 아무때나 공개하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언론사나 사기업들도 다 그러하지 않은가. 인간적으로 만나서 취재하는 것은 언제나 할 수 있다. 지금까지와 달라진 게 없다. 스스로의 상식에 따라 판단하면 된다. 다만 일부러 회식이나 인간적인 만남을 통해 홍보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의도적으로 식사 자리를 만들면 기자들은 미안해서라도 참석한 경우도 있지 않았나. 일부 간부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갖는 식사나 술자리를 말리지는 않는다. 잘못된 관행을 바꾸자는 게 뭐가 잘못인가. 지켜야 될 직업윤리를 강조한 것이니 처음부터 편견과 예단을 갖지 말아달라."

― 대통령은 이번 방안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당초 대통령의 지침이 없이 시작했다. 참여정부의 대 언론관계 원칙은 장관이 판단하여 실천하는 것이다. 나는 언론과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갖길 원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한 원칙을 천명한 것이다."

― 이러한 조치가 언론자유를 제한한다는 지적이 많다. 20, 30년 언론자유를 연구한 학자들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이 장관은 언론을 얼마나 연구했나.

"사실 기존관행에서 보면 불편하고 어려운 점이 있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이런 관행이 정착되면 오히려 기회가 많아지고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언론이 위축되지 않을 것이며 모두가 발전하고 이익이 될 것이다. 언론학자들이 이번 홍보 운영방안을 얼마나 분석·판단했는지 모르지만 토론하겠다면 언제든지 응하겠다. 언론이 정권적 차원의 음모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권력이동이라는 시각에서 보기 때문이다. 문화에는 권력도 없고 세력도 없다."

― 취임사에서 경직된 관료사회의 문화와 행태를 조폭 문화에 비유했다.

"뿌리 박힌 권위주의를 비판하고 자극하기 위해 쓴 말이다. 실례되는 표현이라는 전제를 했다. 장관으로서 부적절한 용어일지 모르지만 진실을 담고 싶었다. 공직자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사용했다. 전체 공무원들에 대한 모욕으로 간주하고 시비를 거는 것은 우스꽝스럽다."

― 최근 독립기념관에서 조선일보 윤전기를 철거한 조치에 장관이 개입했다는 시각이 있다.

"지금까지 독립기념관은 문화관광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 적이 없다. 이는 나의 도덕적 기반에 상처를 주기 위한 것으로 본다. 정치적 시각에 정치적으로 대응할 생각이 없다."

― 국립중앙박물관장의 선임은 어떻게 되나.

"개방형 공모제의 취지를 살리고,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판단에 제한을 가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후보로 추천된 이건무 학예연구실장과 김홍남 교수 중 대통령이 선택할 것이다."

― 덕수궁 터에 미군 아파트를 건립하려는 것에 대한 생각은.

"새 용산박물관 미군헬기장 이전과 관련해서 복잡하게 얽혀있다. 절차 문제 때문에 딜레마에 빠져있지만 그냥 둘 수는 없다. 서울시와 공동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 문화부의 주요 정책인 문화예술분야 지원업무는 어떻게 추진할 건가.

"지금까지 연 1조원이 넘는 문화부의 예산을 직접 나눠주었지만 이젠 과감하게 민간자율로 넘기겠다. 각 분야에서 민간 스스로 정책을 찾아내고 필요예산을 세우고 집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 문화부는 조정업무만 하면 된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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