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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카드사 "비효율업무" 떼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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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카드사 "비효율업무" 떼내야

입력
2003.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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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만해도 유례없는 대규모 흑자를 냈던 신용카드사들이 서서히 적자로 돌아서 금년 들어 그 폭이 크게 늘어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신용카드사 종합대책을 내 놓았다.정부의 조치는 최근 SK글로벌 사태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으로 카드사들이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고, 특히 카드회사채 등을 편입한 펀드에 대해 고객의 환매요구가 집중될 경우 채권시장 전체가 불안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대책은 카드사의 부대업무 비율(현금대출 50%) 제한준수 시한을 당초 2003년 말에서 1년 연장하고, 적기시정 조치시 관리자산을 기준으로 한 연체율을 적용해 숨통을 열어주고, 카드사의 채권회수 노력과 부실채권의 조기 상각 및 매각을 적극 지원하는 것 등이 골자를 이루고 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카드사들은 대주주의 증자 등을 통한 자기자본 확충과 강도 높은 자체 수지개선 대책을 강구하고 금융감독원을 통해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카드사들의 수지개선 대책 내용에는 정부가 그동안 강력히 억제해 왔던 신용카드의 각종 수수료율을 신축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하고, 과도한 할인 서비스 및 장기 무이자 할부의 시정, 무이자 신용공여 기간의 단축, 카드사의 각종 영업비용 절감대책의 마련 등이 구체적으로 나열되어 있다. 이 밖에도 대환대출을 통해 연체를 해결하도록 대환 기간의 장기화, 카드이용 한도의 단계적 공동 감축 등도 포함되어있다.

정부의 신용카드사 종합대책은 그동안 카드사들이 생존을 위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내용 중 대손충당금 설정 한도 축소 외에는 대부분 수용하는 대신에 신용카드사들의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촉구하였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신용카드의 각종 수수료율을 고려하여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바람직하다.

일각에서는 수수료율의 인상을 두고, 신용카드사의 부실 책임을 회원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는 반발도 있지만, 적자를 보는 상인이 물건값을 올리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신용 공여자가 조달 비용을 고려하여 수수료를 책정하는 것은 시장의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이며, 애초부터 정부가 간섭할 일이 아니었다.

현금대출 50% 제한 준수 시한을 연장하기로 한 것도 잘한 일이지만, 한걸음 더 나아가 취해야 할 일은 신용카드사들의 업무 구조를 자율적 판단에 맡기도록 하는 것이다.

현금대출이나, 판매신용이나 본질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무담보 단기 신용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똑같다. 따라서 그것을 굳이 구분하고 제한하여 카드사들의 수익성을 저해하고 소비자들의 복지를 훼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카드사들로부터 현금대출을 거절당한 소비자들은 고리의 대금업이나 사채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 조치에서 크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대단히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신용카드사들이 회원모집, 카드발급, 가맹점 확보, 채권추심 등 각종 영업비용을 절감하는 저비용 고효율 대책을 마련하도록 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카드사들은 이러한 영업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은 비효율적 비용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그 같은 부대업무는 가능한 한 아웃소싱으로 돌리고, 카드사들은 본연의 업무인 대출업무에만 집중케 함으로써 효율성을 크게 제고하고 수익성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이번 정부 대책이 금융시장에서 어떤 효과를 낼지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수수료율을 자율 책정할 수 있도록 한 것만으로도 카드사들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다. 당장 적기시정 조치에 겁을 먹고 있는 카드사들을 안심시키고 신용불량자 양산을 줄이는데 기여할 것은 분명하나, 이러한 조치들이 신용카드사의 근본적인 문제를 치유하지는 못할 것이다.

박 상 수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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