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로에만 익숙한 현대인에게 좁디 좁은 골목길은 아련한 옛 추억을 되살려준다. 세월이 멈춘 듯한 북촌의 골목길은 그래서 더욱 소중한지 모른다. 북악산 자락 가회동 삼청동 재동 계동 일대 북촌마을은 청계천 북쪽에 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을 얻었다. 조선시대 고관대작이 많이 살아, 가난한 선비가 모인 남산골의 남촌과 대비됐다.북촌 골목길은 자로 잰듯한 반듯한 길이 아니다. 물처럼 휘어지고 높낮이도 달라 계단으로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한다. 이어진 듯 막혀있고, 끊어진 듯 이어진 길. 한갓진 길에 들어서면 열린 대문 너머로 고즈넉한 마당 풍경도 만날 수 있다.
북촌 골목길의 백미는 한옥 처마에 가려진 하늘. 좁은 골목길에 겹겹이 이웃과 처마를 포갠 기와 지붕이 파도를 이뤄 넘실댄다. 민속자료 87호인 윤보선 전 대통령 집도 이곳 골목길에 있다. 골목길은 남아 있어도 왁자한 아이들 소리가 사라진 것은 큰 아쉬움이다. 골목길 탐방을 위한 조언. 누구와 함께 보다는 혼자가 훨씬 좋다. 다른 사람 간섭 없이 미로 같은 골목길을 느긋하게 혼자 돌아다녀야 아스라한 추억에 젖어 들기 쉽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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