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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산 / 출중한 봉우리들 경연하듯… "남도 금강산"으로 불려 고찰 미황사 "은은"… 불썬봉 서면 다도해 그림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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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산 / 출중한 봉우리들 경연하듯… "남도 금강산"으로 불려 고찰 미황사 "은은"… 불썬봉 서면 다도해 그림같이

입력
2003.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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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에서부터 굽이치며 남으로 내려오던 백두대간은 지리산에서 가지를 친다. 호남정맥이다. 호남정맥은 너른 남도의 평야를 가르며 내달려 이 땅의 끝에서 멈춘다. 달마산(전남 해남군)은 호남정맥의 끝이자 한반도의 끝산이다.해발 489m로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기세가 출중해 예로부터 '남도의 금강산'이라고 불렸다. 성난 짐승의 이빨처럼 봉우리들이 하늘을 향해 솟아있다. 처음 보는 이들은 그 기세에 질린다. 그러나 산행은 어렵지 않다. 코스가 짧고 산길이 잘 정비되어 있다.

가장 짧은 등산길인 미황사-정상 왕복코스를 선택했다. 미황사는 고찰이다. 백제시대에 세워졌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기록상으로는 신라 경덕왕 8년(749년)에 창건됐다. 아담하고 오롯한 절이다. 단청이 벗겨진 대웅보전은 보물 제947호이고, 응진전은 보물 제1183호이다. 한반도의 가장 남쪽에 자리잡아 불교의 남방유입설을 입증하는 절이기도 하다. 절 마당에서 대웅보전을 바라보는 풍광이 볼만하다. 고색창연한 절집 뒤로 달마산의 송곳 같은 암봉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길은 미황사 앞 왼쪽으로 나 있다. 키가 넘는 산죽이 길 양쪽으로 도열해 있다. 마치 여름의 숲에 들어온 느낌이다. 산죽 사이사이로 동백나무가 있다. 기름으로 닦은 듯한 동백의 푸른 잎이 햇살에 반짝거린다. 붉은 꽃이 눈에 들어온다. 산행에서 만나는 붉고 아름다운 꽃. 기분이 묘하다.

40분 정도는 꾸준한 오르막이지만 평범한 산길이다. 대나무와 동백나무가 사위를 가려 조금은 답답하고 지루하다. 그러다가 갑자기 나무의 키가 작아진다. 돌투성이 능선이 시작된다. 잠시 쉬면서 뒤를 돌아본다. 발 아래 미황사가 소인국의 집처럼 자그마하게 눈에 들어오고 그 뒤로 바다가 펼쳐져 있다. 아기자기한 섬들이 봄빛을 받아 초록색으로 빛난다.

나무가 벗겨지면서 길은 거의 수직으로 변한다. 두 발 뿐 아니라 두 손도 길에 붙는다. 엉금엉금 기다시피 약 30분을 오른다. 갑자기 산 건너편의 풍광이 눈에 들어온다. 어느덧 정상이다. 정상의 이름은 불썬봉. 봉화대가 있었다는 자리에는 돌을 쌓아 만든 탑이 있다. 봉우리의 이름이 특이하다. '불이 선 곳'을 뜻한다는 이야기와 불선(佛仙)봉의 발음이 경화됐다는 두 가지 설이 있다.

불썬봉에 서면 남쪽 끝의 모습을 모두 조망할 수 있다. 북쪽으로는 남도의 명산 두륜산이 위풍당당하게 버티고 있고, 남쪽으로는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광이 눈에 들어온다. 서쪽으로는 해남반도와 진도, 동쪽으로는 완도의 봉우리가 보인다. 이미 남도의 들녁은 푸른 봄 기운이 완연하다.

미황사와 불썬봉을 왕복하는 등산코스는 가장 짧다. 2시간 30분이면 된다. 조금 거친 산행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아쉽다. 미황사에서 불썬봉에 올라 남쪽으로 이어진 암릉을 타고 문바위를 거쳐 다시 미황사로 내려오는 코스도 있다. 30분이 더 걸린다.

본격적인 달마산 산행을 하자면 종주 코스를 선택하는 방법이 있다. 산의 북쪽 끝인 송촌에서 출발해 불썬봉-도솔봉을 거쳐 마봉리로 내려오는 길이다. 약 11㎞로 7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미황사를 지나치는 아쉬움이 있다. 험한 돌능선이 많아 장비를 단단히 갖춰야 한다. 특히 그늘 지역은 언 땅이 녹기 시작해 눈길만큼 미끄럽다.

땅끝 해남을 여행하면서 달마산만 달랑 오르기는 아쉽다. 해남은 한반도의 최남단이라는 지정학적 의미와 함께 둘러볼만한 명소를 많이 간직한 곳이다.

우선 땅끝에 들른다. 달마산에서 차로 약 20분이면 닿는다. 한가한 포구였지만 그 의미가 알려지면서 이제는 잘 나가는 관광지가 됐다. 원래 이름은 갈두리이다. 땅끝 해안 절벽인 사자봉이 칡의 모습이어서 얻은 이름이다.

땅끝 포구는 제주도로 통하는 중요한 뱃길이 시작되는 곳이었다. 제주도에서 자란 군마는 이 곳을 통해 육지로 전해졌다. 사자봉에 9층짜리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일출과 일몰을 구경할 수 있다. 땅끝의 동쪽으로는 아직 손때를 덜 탄 사구미해수욕장, 서쪽으로는 하얀 모래가 아름다운 송호해수욕장이 있다.

두륜산에 들른다. 대찰인 대둔사가 있다. 13대 종사와 대강사를 배출한 기운이 강한 절이다. 신라 진흥왕 5년(544년)에 아도화상이 창건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56기의 부도가 있는 절이기도 하다. 절 입구에서 시작되는 4㎞의 나무터널길은 운치 그 자체다.

9,000만년전에 만들어진 볼거리도 있다. 공룡화석지이다. 황산면 우항리 해안 4㎞에 걸쳐 분포되어 있다.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한다. 눈에 힘을 주면 공룡 발자국외에 물갈퀴새의 화석 등 바위 속에 녹아있는 진귀한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역사의 현장을 찾는다. 울돌목이다. 해남군 우수영과 진도 녹진 사이에 자리한 협이다. 넓이가 325m인 이 협은 물이 들고 날 때마다 유속 11.5노트의 물길이 흐른다. 물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소용돌이친다. 정유재란 당시 400여척의 왜선이 가라앉았다. 지금은 진도대교가 놓여져 있다.

가는길

과거에는 정말 땅끝이었으나 서해안고속도로 덕분에 수도권에서 5시간 내외의 거리가 됐다. 목포IC에서 빠져 2번 국도를 타고 영상강 하구언을 넘는다. 월출산 남쪽을 거쳐 성전에서 13번 국도로 갈아탄다. 해남읍-화산-현산을 지나 계속 13번 국도로 남하하면 왼쪽으로 미황사, 달마산 표지판이 보인다. 약 4㎞ 더 가면 미황사 입구에 도달한다. 차 100대 정도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이 있다. 서울에서 광주나 목포까지 고속버스를 이용한 후, 해남행 혹은 완도행 버스를 이용한다. 해남읍에서 미황사 입구인 서정리까지 하루 5차례 군내버스가 운행한다. 해남교통 (061)533-8826.

머물곳

미황사 입구에는 숙박할 곳이 많지 않다. 음식점을 겸하는 달마가든(061-535-4180)과 호수산장(535-1755)이 전부이다. 땅끝마을에 숙박시설이 많다. 푸른여관(534-6677), 토말장(535-4269) 등이 규모가 제법 큰 여관이고 인근 송호해수욕장에 땅끝콘도(533-5551)가 있다. 산의 운치를 느끼고 싶다면 가학산자연휴양림(535-4812)을 찾으면 좋다. 해남읍에는 해남관광호텔(533-9002)을 비롯해 장급 숙박시설이 많다.

먹거리

이 지역의 특산물인 세발낙지를 꼭 맛보도록. 대부분의 횟집에서 세발낙지를 상에 낸다. 땅끝마을의 동산회관(532-3004), 갈매기둥지(534-9192), 땅끝바다횟집(534-6422) 등이 회를 잘하는 집으로 알려져 있다. 갈치요리가 유명하다. 목포에서 나는 먹갈치가 재료다. 조리거나 굽는 것이 아니라 찐다. 해남읍의 국향정(532-8922), 백포식당(536-3449) 등이 갈치찜을 맛깔스럽게 내놓는다.

/해남=글·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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