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잊어서는 안됩니다."대구지하철 참사 실종자 가족 3명이 꼬박 열 하루를 걸어 18일 서울에 도착했다. 320㎞를 쉬지 않고 걸어온 참이었다.
이날 아침 경기 안양시에서 출발한 신태영(35), 신진석(33), 전은영(23·여)씨는 3시간 동안 관악산을 넘어 오후 1시30분께 서울대 정문에 올 수 있었다. 학생 50여명이 이들을 따뜻하게 맞았다.
지하철 1080호에 탔으나 생사조차 모르는 신상효(40)씨의 동생 태영씨는 '대구지하철 2·18 참사, 다시는 이런 일이…'라고 쓰인 피켓을 목에 걸고 있었다.
어머니 이순자(48)씨와 누이 신명희(43)씨를 잃은 은영씨와 진석씨의 얼굴은 까맣게 그을렸고 발에는 물집이 가득 잡혔다.
이들은 서울대 교정을 돌다 법대 건물 앞에 멈춰 "단순한 방화가 아니라 인재였다"고 외쳤지만 삼삼오오 모여 있던 학생들은 다소 무관심한 표정이었다. 전씨는 "시골서는 할머니들이 음식도 주고, 위로도 했는데 서울 가까이 올수록 반응이 냉랭하다"며 절망했다.
행사를 마친 실종자 가족 일행은 다시 걸어서 광화문으로 와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154개 시민단체가 준비한 추모제에 참가했다.
이들은 "정부는 이번 참사를 흐지부지 마무리하지 말라"고 목청을 높인 뒤 대구로 쓸쓸하게 돌아갔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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