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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사람들]<14>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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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사람들]<14>이정우

입력
2003.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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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활동이 막을 내린 지난달 23일. 경제1분과 간사로 일했던 이정우(李廷雨·53) 경북대 교수는 짐을 싸들고 두달간 정들었던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별관을 나섰다. 강단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막 한남대교를 건너가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청와대 정책실장에 내정됐다"는 전갈이었다. "실장을 맡으라"는 동료들의 권유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간곡한 부탁도 야멸차게 뿌리친 뒤끝이라 놀라움은 더했다. "자꾸 안한다니까 아예 고사할 기회도 안줍디다."

노 대통령과는 지난해 8월 정책자문교수로 처음 만났다. 당시 노 후보의 인기가 바닥까지 떨어져 당선은커녕 후보 자리마저 뺏길지 모르는 판이었다. "당선될 거라곤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저 그의 솔직함과 정치철학이 좋았고, 박대받는 게 안쓰러워 도운거죠." 그는 이런 사람이다.

떠밀리다시피 정책실장을 맡은 이 실장은 얼마 전 대구의 한 선배 교수를 만난 뒤 용기백배했다. "난 '노'가 탐탁치 않았는데 이 교수가 노 캠프에서 일하는 걸 보고 맘을 고쳐 먹었어."

그에게선 권력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동안 한번의 외도 없이 연구에만 몰두해온 그를 주위에선 '천생(天生) 선비'라고 부른다. 영남대 법학교수를 지낸 아버지를 비롯, 형님도 누나도 형수님도 모두 교수다.

그는 분배를 중시하는 변형윤(邊衡尹) 교수의 제자그룹인 학현(學峴)사단에 속해있다. '박정희 개발독재의 신화를 극복해야 한다', '행복은 소득순이 아니라 상대소득이 결정한다'는 그의 논문은 간단치 않은 개혁의지를 담고 있다. 평소 차분하고 합리적인 신사로 통하지만 대통령 앞에서 소신발언도 곧잘 한다. 고향인 대구에 빚어진 지하철 방화 참사를 보고는 여러 번 눈물을 보였던 감성파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는 "그저 조정자일 뿐"이라고 몸을 낮춘다. "하루종일 회의하고 행사 참석하느라 잠잘 시간도, 정책구상할 시간도 없더라"며 고충도 털어놓는다. 이 실장은 지금 딸 둘이 자취하는 서울 봉천동 원룸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가족이 있으니 인수위 시절의 홀아비 호텔생활보다는 훨 낫죠."

그의 자랑은 공인 아마5단인 바둑 실력이다. 조훈현(曺薰鉉) 9단과의 지도다면기에서 세점을 깔고 이긴 걸 '가문의 영광'이라 여긴다. 허리를 여러 차례 삐었을 정도의 테니스광이지만 술은 맥주 한잔이면 끝이다. 정치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내 천직은 교수'라는 생각밖에 없다. 나랏일도 장차 경제공부에 도움될까 해서 하는 거란다. 아내가 뒷바라지를 위해 조만간 상경하지만 웬만한 살림살이는 다 두고 온다. "일 마치면 학교로 돌아가야잖아요."

/배성규기자 vega@hk.co.kr

사진 류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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