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자위는 18일 최기문(崔圻文)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열어 경찰 수사권 독립, 자치 경찰제 도입 등 정책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졌다. 최 후보자는 이날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15만 경찰의 오랜 숙원사업이자 대통령 공약"이라며 수사권 독립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그는 "경찰을 믿고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나눠주면 견제와 균형 차원에서 인권이 보호되고 민주주의가 발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주장했다. 최 후보자는 아파트 청약과 자녀 학교 배정 등의 이유로 두 차례 위장전입을 한 것을 시인했으나 여야 의원들은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이날 청문회는 '빅4' 요직에 대한 국회의 첫 검증 기회였음에도 불구, 뚜렷한 쟁점이 부각되지 않은 채 의원들의 '봐 주기식' 질의가 이어져 다소 맥 빠진 분위기였다. 최 후보자도 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때마다 "알겠습니다", "동감합니다" 라며 시종 자세를 낮춰 청문회의 긴장감을 더욱 낮췄다.
일부 의원들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을 제시하며 최 후보자를 몰아 세우려 했으나 최 후보자의 원론적 대응에 곧 바로 칼을 거둬 '준비 부족'이라는 뒷말을 들었다. 한나라당 이병석(李秉錫) 의원은 "청와대가 굳이 사직동 팀을 꾸릴 필요가 있느냐"고 추궁했으나 "사직동팀은 수사기능이 없고, 정보 접근 차원서 하는 걸로 안다"는 최 후보자의 답변을 듣는 데 그쳤다. 민주당 김충조(金忠兆) 의원은 "대구 참사 때 경찰이 취했던 태도가 옳았느냐"고 물었다가 최 후보자가 눈시울을 붉힌 채 "희생자에 대해 명복을 빈다"며 말을 잇지 못하자 질문을 거둬들이기도 했다.
최 후보자의 자질에 대한 의원들의 추궁도 쏟아졌다. 민주당 유재규(柳在珪) 의원은 "81년 경찰 입문 이후 20여년 동안 평균 9개월에 한번씩 보직을 이동한 것은 통상 2년에 한 번 이동하는 다른 직원들과의 형평에 어긋난다"며 인사청탁 의혹을 우회적으로 제기했다. 이에 최 후보자는 "정기인사 때 이동한 것"이라며 빠져 나갔다. 최 후보자는 의원들이 종로서장 시절 폭력배의 조계사 난입에 대한 지휘감독 소홀과 위장전입 의혹을 캐묻자 "책임을 느끼고 있다",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민봉기(閔鳳基) 의원은 "아들이 경복고 재학 중에 경찰청장 표창을 받았는데 경찰대 특혜 입학을 의식한 게 아니었느냐는 말도 있다"고 질의했고 최 후보자는 "공직자로서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충고로 듣겠다"고 응수했다.
최 후보자는 최종발언에서 "치안일선 현장에서 밤낮으로 고생하는 15만 경찰에게 국민과 위원 여러분이 격려해주시면…" 이라고 말하며 한동안 울먹거리기도 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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