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이 통치하는 이라크는 지금 변화가 절실한 상태이지만 미국 주도의 전쟁은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를 향해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한 18일 서울에 거주하는 이라크인 요셰프(35·가명)씨는 불안과 초조함으로 말을 잘 잇지 못했다. 이라크에 남아 있는 8남매 가족들이 처형될지 모른다며 개인신상 공개를 한사코 꺼리던 그는 "악몽과도 같던 걸프전의 공포가 생생한데…"라며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라크 내 소수 민족인 쿠르드족 출신으로는 드물게 이라크에서 명문대를 졸업한 그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90년대 중반. "전쟁 공포를 명분으로 이라크 민중들을 억누르는 후세인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는 그는 무턱대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처음에는 유럽을 행선지로 택했으나 비자를 받으려면 거액을 들여야 하는 것을 알고 다른 곳을 물색하다 우연히 한국을 소개한 잡지를 보고 "바로 이거다" 싶어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선택했다.
그는 "1988년 3월16일 쿠르드족 거주지에 생화학무기를 사용, 5,000여명을 살육한 인종말살정책을 펼친 것을 시작으로 후세인은 이라크 국민 전체를 정신착란상태로 내몰고 있다"며 "이번 전쟁은 후세인이 자초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프랑스는 향후 20년 동안의 석유 독점개발권을 뺏기지 않으려고 전쟁에 반대하고, 미국은 이라크 민중의 평화로운 삶이 아닌 석유를 탐내고 있다" 며 이라크 민중의 평화로운 삶을 보장하기 보다는 잇속만 챙기려 드는 강대국의 위선도 성토했다.
물류회사 통역원으로 일하며 지난해 한국여성과 결혼한 요셰프씨는 "주한 이라크인은 모두 33명쯤 된다"며 "이라크 문제는 신의 기적 외에는 해결책이 없는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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