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법무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김종빈 대검차장과 법무부 실·국장 등 신임 검찰 간부들과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눠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먼저 지난 9일 평검사와의 대화에서 검찰 수뇌부에 불신감을 드러냈던 데 대해 "검찰을 모욕할 의도는 없었다"며 우회적으로 사과한 뒤 "분위기가 고조돼 심중에 있던 생각이 무심코 나왔다. 새 지도부에 많은 기대를 걸어보겠다"고 격려했다.노 대통령은 "정치권의 어두운 곳을 감춰달라고 하지 않을 테니 검찰도 소신껏 일하라"며 "검찰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두려워하고 대통령은 검찰의 수사권을 두려워하는 관계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정부와 검찰간의 과거 유착관계를 확실히 청산하자"며 이같이 말했다고 법무부 관계자는 전했다. 노 대통령은 또 "서울에서 보직을 받아야만 출세한 검사로 인정받는 풍토, 그리고 복잡한 계급구조 속에서 보직 경쟁을 벌이는 현 인사제도에서는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검찰조직과 인사제도 전반에 대해 점검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검찰 간부들은 대체로 공감의 뜻을 표한 뒤 "검찰이 원칙 수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회의 도중 "국정원 도청 의혹 사건과 나라종금 로비 의혹 사건 등 수사는 어떻게 돼가나"라고 질문, 검찰 간부들을 다소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측에서는 "각각 수사 중이거나 기소중지된 상태"라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강 장관은 "검찰 인사가 너무 파격적인 것 아니냐"는 청와대측 배석 인사의 질문에 "부실 수사 책임을 묻다보니 서열파괴나 특정 지역 인사의 집중 좌천 현상이 나온 것이지 의도된 조치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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