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아나운서도 연예인 못지 않게 '끼'를 발하며 스타 대접을 받는 시대다. 소위 '망가지는' 수모를 마다 않고 인기를 얻는 이들과 달리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스타 반열에 올라있는 사람도 있다. MBC 뉴스데스크 앵커 우먼 출신인 백지연(39)씨가 대표적이다.4년 전 프리랜서 선언 이후 오락프로나 교양물 MC를 맡는 등 변화를 시도해 온 그가 전공인 뉴스 프로그램 진행을 맡아 다시 시청자들 앞에 섰다. 10일 첫 방송된 뉴스채널 YTN의 '백지연의 정보특종'은 시사 건강 법률 연예 레저 등 요일별로 주제를 달리해 심층 정보를 전하는 방식으로 방송 초반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역시 뉴스 프로그램이 어울리죠? 시사 정보를 다루며 재미까지 곁들일 수 있어 의욕이 넘쳐요." 서울 목동 방송회관 TV스튜디오에서 만난 백씨는 편안하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이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타이틀로 내건 만큼 진행 뿐 아니라 기획과 섭외에도 관여한다. 첫 방송으로 나가 화제가 된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자택 방문 인터뷰를 성사시킨 데도 그의 공이 컸다고 제작진은 귀띔한다.
"같은 주제를 다루더라도 지상파 TV 등 다른 프로에서는 소개되지 않은 내용을 심층 취재해서 전하려고 해요. 그렇지 않으면 '특종'이란 간판을 내려야죠." 욕심 많고 철두철미한 태도가 때로 제작진을 힘들게 하기도 한다. 지난 주 방송된 SBS '올인'의 실제 주인공 차민수씨와의 인터뷰 때는 예정된 녹화시간을 넘겨가며 사전 질문에 들어 있지 않은 내용을 마구 물어대는 바람에 차씨와 스태프들 모두 녹초가 됐다. 담당 PD가 "어떻게 편집하라고 그 많은 걸 묻느냐"고 볼멘 소리를 하자 그는 "그래도 쓸만한 내용 많이 건졌잖아요"라고 응수했다.
백씨는 '완벽주의자여서 피곤하겠다'는 말에 고개를 젓는다. "차 열쇠를 자주 잃어버리고 휴대폰도 두고 나오는 등 허술한 부분이 많은데 '완벽주의자'라뇨? 일에 관한 한 철저한 편이지만 지금의 남편과 만난 뒤 많이 느긋해졌어요." 2001년 재혼한 남편 송경순(52)씨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국제 금융인이어서 1년에 절반은 떨어져 보낸다. 하지만 서울에 있을 때는 되도록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저녁식사는 꼭 함께 해요. 헬스나 음악감상 등 취미도 비슷하고 바쁘지만 영화와 공연 관람도 자주 해요."
남편에 대해서는 스스럼없이 털어 놓았지만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 얘기를 꺼내자 "유명한 엄마를 둔 것이 무슨 죄냐"며 말을 잘랐다. 그는 2년 전 호주제 폐지 홍보대사를 맡았던 것도 "호주제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게 이혼 가정의 자녀라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기회가 닿는다면 메인 뉴스를 다시 맡아 보고 싶다는 그는 "누구나 대강은 알고 있지만 핵심 진실은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사건들을 심층 취재해 '뿌린대로 거둔다'는 진리가 통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게 방송인으로서 가장 큰 꿈"이라고 말했다.
/글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사진 박서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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