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병사를 죽여야 자신이 살 수 있는 살벌한 전장터에 서 있는 군인들에게 정신적인 힘을 불어 넣는 것이 제 임무입니다." 전운이 짙게 드리운 이라크 접경 지역에서 출격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는 미군 부대에 이민 1세 한국계 군목이 있다. 쿠웨이트 북서부 카발 지역 사막에 주둔 중인 최일선 미군 부대에서 2주째 생활하고 있는 김성남(39) 대위가 그 주인공.김 대위는 미군 101공중강습사단(AAD) 제1전투여단(BCT) 3보병대대 목사다. 모래 바람이 들이닥치는 막사에서 매일 성경독회와 목회를 연다. 언제 극한 상황이 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신앙에 의지하려는 병사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다. 그들의 소망은 자신과 동료의 안전, 그리고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의 품에 안기는 것이다.
미군에서 활동하고 있는 목사 중 이민 1.5세나 2세는 많지만 김 대위 같은 1세는 극히 드물다. 전남 강진 출신인 김 대위는 국내에서 신학을 공부하다 1992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현지에서 신학 공부를 마친 뒤 새로운 경험을 쌓고 싶어 2001년 군목을 지원했다.
그동안 켄터키주 클락스빌 포트 캠블에 있는 101공중강습사단 본부에서 근무하다 부대원 2만명이 모두 참전하게 되자 자연히 전장으로 오게 됐다. 참전은 처음이다.
목사인 그의 눈에 비친 전쟁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두려움이다. 그는 "군 부대에는 뉴스가 제한되어 있어 정확한 것을 알 수 없지만 이번 전쟁이 지난 번 아프가니스탄 전과는 양상이 많이 다를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예상 외로 사상자가 많이 날 수도 있다. 병사들이 두려워하는 것도 바로 그 부분"이라고 말한다.
그도 두려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사망자가 많이 발생하면 그 역시 최일선 전장터로 나가야 하기 때문. 하지만 그는 "죽은 자들의 영혼을 달래주는 것도 역시 내 일"이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김 대위는 이번 전쟁을 무사히 끝내고 나면 내년 초쯤 주한미군에 지원할 예정이다. 지금도 고향에 살고 있는 부모를 모시기 위해서다.
/미군캠프 펜실베이니아(쿠웨이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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