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포르투갈령 아조레스 제도에서의 '도원결의'를 계기로 미국 영국 스페인 정상들은 유엔 이라크 2차 결의안 승인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사실상 접고, 본격적인 개전 수순에 들어갔다.진실의 순간
이날 회의 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스페인 총리와 나란히 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7일을 세계를 위한 '진실의 순간'이라 부르며 유엔에 24시간 이내 이라크 공격을 위한 합의를 도출하라고 요구했다. 3국 정상이 유엔 안보리에 보낸 일종의 최후통첩이다.
그러나 지난 수 주 동안 미·영 주도의 이라크 공격에 지지를 보내기를 주저해온 나라들이 하루사이에 의견을 통일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라크 2차 결의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방침을 명백히 해온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미 CBS 방송과의 회견에서도 같은 입장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아조레스 선언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는 유엔의 승인이 없어도 이라크 공격을 결행한다는 경고라는 게 미국과 영국 언론의 분석이다.
AP통신은 "이 회담은 전쟁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 장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마지막 압박이 효과를 발휘,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는 6개국을 지지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으면 3국으로서는 기대 밖의 수확을 거두게 되는 셈이다.
안보리 표결은
3국 정상들은 이날 2차 결의안의 표결 철회 여부를 묻는 질문에 명백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뉴욕 타임스는 "이런 반응은 9개국의 지지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이 서는 순간 표결을 철회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결의안의 철회는 곧 수일 내로 전쟁의 카운트 다운이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3국은 이라크 2차 결의안이 승인 받지 못한 상태에서 전쟁을 강행, 법적 정당성 시비에 휘말리는 상황을 감수하기보다는 1차 결의안(1441호)의 합법성을 주장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지적이다.
안보리 사찰 연장 논의
이런 상황에서 개전파 3개국이 사찰 연장을 논의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일 리 없다는 것은 너무나 명확하다.
유엔 안보리는 17일 프랑스와 독일 러시아가 제안한 사찰 연장안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콜린 파월 국무 장관은 16일 사찰 연장을 논의하는 회의 자체가 열리는 데 거부감을 드러냈다. 딕 체니 미 부통령도 사찰 연장 기간을 30일로 한정하자는 시라크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사찰 연장은 새로운 의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를 두고"전쟁의 완급을 두고 이견을 보여온 미 정부의 두 축이 전쟁을 앞두고 화합한 상징적 모습"이라고 평했다.
D데이는 이번 주중
백악관은 부시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이번 주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일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주 일정에는 너무 불확실한 요소가 많다"고 말해 이번 주를 이라크 공격의 D 데이로 잡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의 언론들은 17일 결의안 합의가 나오지 않을 것을 전제로 이날 밤 부시 대통령이 사담 후세인 대통령에게 이라크를 떠나도록 최후 통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시 대통령의 연설문을 작성해온 마이클 거슨이 부시의 아조레스 방문길을 따라 나선 것도 이 회담 직후 부시의 연설이 이어질 것임을 시사한다고 MSMBC는 전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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