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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대통령·총리 여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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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대통령·총리 여성시대

입력
2003.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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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평등의 나라 핀란드에서 첫 여성 총리가 탄생한다.2000년에도 첫 여성 대통령을 배출해 관심을 모았던 핀란드는 이로써 대통령과 총리를 모두 여성이 차지하는 명실상부한 '여권(女權) 국가'가 됐다.

핀란드 정계의 여장부인 아넬리 예텐마이키(48) 당수가 이끄는 야당 중도당은 16일 실시된 총선에서 연립정당을 이끌고 있는 여당 사민당에 승리하며 제1당이 됐다. 제1당의 당수가 정부 구성 회담을 이끌게 돼 있는 핀란드의 헌법 규정에 따라 그는 핀란드 최초의 여성총리로 취임하게 되는 것이다.

아넬리 당수는 1955년 농부의 딸로 태어났다. 대학 재학시절 중도당(옛 농민노조)에 입당하는 등 일찍부터 정치에 눈을 떴던 그는 87년 의회에 처음 진출한 후 94∼95년 중도 좌파 연립정부 아래서 법무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2000년 대통령 선거에서 사민당의 여성후보 타르야 할로넨(60)에게 패한 후 면모 일신의 차원에서 중도당 임시 당수로 추대됐던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의 추진력과 리더십에 매료된 당원들은 그가 물러나자 즉각 그를 당수로 추대하기 위한 운동을 시작했고, 결국 지난해 그를 중도당 역사상 첫 여성당수로 선출했다.

그는 지난 한해 동안 줄곧 변화와 개혁을 앞세우며 국민들을 설득,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이날 승리가 확정되자 그는 "국민은 정권 교체를 원한다"며 "내가 해야 할 첫번째 일은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승리하자 핀란드 정계와 국민들의 관심은 최초의 여성 대통령·총리 콤비의 성공가능성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북유럽 국가 사상 최초의 여성 정부 수반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타르야 할로넨 대통령도 핀란드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여장부. 그는 현실주의적 사회주의자로서 법무장관 외무장관 등 다양한 공직을 두루 거친 실력파 대통령이다.

이들 콤비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할로넨 대통령이 속해 있는 사민당은 그 동안 보수당과 연정을 맺어왔지만 그 뿌리는 중도당과 같은 사회주의이다. 무엇보다도 두 사람이 자타가 공인하는 정통 사회주의자여서 정책 수행에 있어서 오히려 호흡이 잘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여성으로서 한 국가의 대통령과 총리로 우뚝 선 두 사람은 앞으로 급속한 노령화와 실업률 증가 등 복지국가의 고질병에 맞서 힘을 합쳐 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핀란드의 새로운 의회는 26일 개원한다.

/김철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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